5% 이내 계약 갱신·가격 제한없는 신규계약

임대사업자 1년에 5%, 2년 10% 인상 꼼수

임대차법 한바퀴 도는 7월 또 한번 폭등조짐

가격표가 서너개…전셋값이 대체 얼마야?

“이 아파트 전세 시세가 도대체 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그도 그럴 것이 전세시장에 최대 네 개의 가격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대치동 A공인 대표)

임대차3법 시행 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가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으로 갈린 이중 가격을 넘어서 삼중, 사중 가격대의 형성으로까지 번지는 등 시장가격 결정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시장은 기존 세입자가 퇴거하고 가격 제한 없이 새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인 신규 계약가와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5% 이내로 올린 갱신 계약가가 혼재돼 있다. 이들은 시장에 널리 알려진 경우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 세입자와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지만 갱신권을 쓰지 않고 전세금을 합의하는 경우의 가격, 또 임대사업자가 1년 단위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면서 매년 5%씩 올리는 경우까지 총 4중 가격의 전세가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대표적인 두 사례를 넘어 최근 세입자와 집주인이 갱신권을 쓰지 않고 금액을 합의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서울 대치동 소재 아파트에서 전세계약을 연장한 세입자 B씨는 “만약 갱신권을 쓰면 집주인이 ‘본인이 입주하겠다’는 투로 이야기를 하는데 별다른 방도가 없더라”면서 “새로 계약하는 시세보다는 조금 저렴하게 계약했고, 각종 이사비용을 합치면 아주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등록된 주택임대사업자 매물이 1년 단위로 5%씩 올려 2년 동안 총 10%가량을 인상하는 경우 또한 새롭게 등장한 전세의 유형이다. 새로운 계약 체결 때마다 5%씩 증액할 수 있다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년마다 계약서를 쓰며 인상하는 식이다.

물론 이는 엄밀히 말해 법의 취지에 어긋나며, 때문에 강제력 또한 없다. 국토부는 “1년 단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임차인은 똑같이 2년의 거주기간을 보장받고, 임대료 상승도 2년 단위로 직전 임대료의 5% 증액 제한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여러 전세 가격이 혼재된 현 국면에서 시장의 관심은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는 오는 7월로 쏠린다. 임대차 3법 시행 후 갱신권을 썼던 매물들이 2년 계약을 한 바퀴 돌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갱신권은 한 차례만 쓸 수 있기에 이 매물들은 주변 시세에 맞춰 전세 가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는 대출 때문에 전세시장이 눌려 있는 것이고, 전반적으로 사전청약 확대정책 등으로 전세 대기 수요는 앞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어 근본적인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7월 이후 전세시장 향방에 주목해야 할 이유”라고 언급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