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대면적 탠덤셀 개발

차세대 신소재 ‘페로브스카이트’ 첫 적용

2025년 양산 준비

[단독] 한화, 세계 최초 ‘꿈의 태양전지’ 양산한다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태양광 셀 검수작업을 하고 있다. [한화큐셀 제공]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화솔루션이 세계 최초로 꿈의 소재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를 적용한 태양광 전지 양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효율·가격·생산·형태 면에서 기존 실리콘 태양광전지보다 우위에 있어 태양광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한화가 차세대 태양광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저 사업자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한화의 태양광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10년 넘게 이끌어오고 있다.

6인치 페브로스카이트·살리콘 탠덤셀 개발…양산 길 열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인 한화큐셀은 최근 6인치(M6) 태양광 탠덤(tandem·이중)셀을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태양광 셀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는데, 탠덤셀은 이 실리콘 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로 만든 두께 얇은 셀을 적층한 것이다. 실리콘 셀(장파장)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셀(단파장)을 쌓아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게 함으로써 광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단독] 한화, 세계 최초 ‘꿈의 태양전지’ 양산한다
한화큐셀이 개발 성공한 6인치 대면적 태양광 탠덤셀.

이로써 한화솔루션은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양산의 제약 요인이었던 소면적 셀의 단점을 자체 기술력으로 극복하며 차세대 태양전지에 대한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추가 성능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랄산맥서 발견된 ‘페로브스카이트’, 효율·생산·가격·유연성 등에서 기존 실리콘 압도

페로브스카이트는 183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광물이다. 이를 처음 발견한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Lev Perovski)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전기전도성이 뛰어난 결정구조를 지닌 화학물질로, 광전 효율이 높고 액체 상태에서도 공정이 가능하다. 또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가볍고 유연한 데다 제조 공정이 간편해 생산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제조 원가도 기존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수분·고온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기술 개발로 이 부분이 극복된다면 향후 태양전지의 단독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도심 속 빌딩 유리창과 자동차 선루프 등 생활 곳곳의 설치물이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로 대체될 수 있다. 이처럼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가 기존의 고정 모듈 형태를 벗어나 건축물, 이동수단 등 삶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다 높은 채산성까지 갖춰 태양광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자동차도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을 활용한 차량용 ‘솔라 루프(solar roof·차지붕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단독] 한화, 세계 최초 ‘꿈의 태양전지’ 양산한다

2025년 세계 최초 양산 준비하는 한화큐셀

이런 가운데 한화큐셀이 100% 페로브스카이트 셀로 가기 전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는 탠덤셀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이론적 효율 한계는 29.1%다. 100의 태양광이 셀 표면에 도달할 경우 이 중 29.1 정도만 전력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탠덤 태양전지는 이 효율을 최대 44%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기관에서 개발되고 있는 탠덤셀은 소면적(1㎠)이 대부분이다. 양산을 위해선 이 셀의 대면적화가 필요했는데 한화큐셀이 셀 면적을 6인치(15.24㎠)까지 확대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한화큐셀이 여세를 모아 페로브스카이트 부문 기술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게 될 경우 차세대 태양광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원료에서도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되는 실리콘(폴리실리콘) 중심 구조를 탈피할 수 있어 공급망 문제에서도 한층 자유로울 수 있고, 원가율 하락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셀은 흡광계수가 높아 1마이크로미터 미만 얇은 두께에서도 실리콘 셀보다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어 박막화가 가능하고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어 적용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라며 “LCOE(균등화 발전단가)를 낮춤과 동시에 적용 범위 확대가 가능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태양광 탠덤셀의 양산 적용을 위해서는 셀의 대면적화가 핵심이었다”며 “한화큐셀이 2025년께 이를 양산할 경우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태양광 진출 10여년 만에 글로벌 메이저 도약 발판

[단독] 한화, 세계 최초 ‘꿈의 태양전지’ 양산한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한화그룹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태양광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태양광사업에 대해 내부 부정 인식이 적지 않았음에도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중국의 ‘솔라펀 파워 홀딩스’ 인수를 합병한 후 ‘한화솔라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 사장은 그해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했고, 이듬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부터 본격적으로 태양광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다음 해인 2012년에는 독일의 큐셀사 인수를 주도했으며 적자이던 회사를 2014년에는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2015년 한화솔라원과 큐셀을 합병해 ‘한화큐셀’을 출범했으며 2016년부터는 한·미·일 주요국에서 태양광 분야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한화큐셀을 케미칼, 첨단소재 부문과 함께 한화솔루션으로 편입한 상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는 44% 이상의 이론적 효율을 보유하고 있다”며 “페로브스카이트 셀은 고에너지 파장(자외선~가시광선)을, 실리콘 셀은 저에너지(적외선) 빛을 흡수해 상호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수분 취약성과 고온 취약성을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美 태양광지원법 통과, 시장 확대 새 모멘텀

김 사장은 한미 간 태양광 기술동맹에도 총대를 멘 상태다. 그는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한미 국민에게 양질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탄소발자국이 낮고 투명성이 보장된 공급망을 구축하자”며 “한미 양국의 경제·기술동맹을 태양광 분야까지 확대하길 원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러몬도 장관은 긍정 반응을 보임으로써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반도체, 원자력발전에 이어 태양광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또 한화큐셀은 미국의 태양광세액공제법(SEMA·Solar Energy Manufacturing for America Act)이 미국 시장 확대에 있어 새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 이 법은 미국에서 생산한 태양광제품에 세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통과 시 현지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뿐 아니라 한화큐셀로서도 큰 폭의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 현재 미국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서 검토 중이며 연내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큐셀은 10여년 전부터 미국 태양광시장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지난 8일에는 미국 와이오밍주에 15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2023년 말까지 건설한다고 밝혔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9월에는 미국 텍사스에 168㎿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하고, 11월에는 미국에서 380㎿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단지 개발에도 착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