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간) 법원 심리에 출석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주권국의 사법 활동에 대한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재판소의 판결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날 내린 판결에서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충분한 보호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독극물 증독 증세를 보여 쓰러져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귀국하자마자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그는 2014년 받은 사기죄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형에 처해진 상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나발니를 석방하라는 요구가 과거 그에 대한 유죄판결까지 뒤집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하면서 “즉각적인 석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인권재판소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판결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콘스탄틴 추이첸코 러시아 법무장관은 판결이 “명백한 정치적 결정”이며, “주권국가의 사법부 활동에 대한 명백하고도 심각한 간섭이자,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요구”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발니의 구금 해제는 이행이 불가하다고못 박았다. 지난해 마련된 새 개헌안에 담긴 ‘주권을 침해하는 국제법상 결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근거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재판소 결정을 “또 다른 러시아 압박 캠페인의 하나이자 우리 내정에 대한 간섭의 일환”이라고 규정했고,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유럽인권재판소가 러시아 압박용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