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텍사스 두고 외유 美공화 대권 잠룡…“좋은 아빠 되려고”
2021-02-19 08:43


미국 텍사스주가 겨울 폭풍으로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고 있는 와중에 지역구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 의원이 멕시코 휴양지 칸쿤으로 가족여행을 떠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이 18일(현지시간) 칸쿤국제공항에서 텍사스행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 공화당의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겨울 폭풍으로 지역구인 텍사스주(州)가 재난 상황에 처한 와중에 멕시코의 휴양지 칸쿤으로 가족 여행을 간 사실을 18일(현지시간) 시인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유 사진이 퍼지면서 사퇴압박을 받는 등 비난이 빗발치자 딸들의 요구에 따른 여행이라고 항변하면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학교 수업이 취소된 딸들이 여행을 가자고 요청했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며 “어젯밤 날아와서 오늘 오후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언론이 그의 외유를 앞다퉈 보도하자 낸 성명에서다. 그는 칸쿤국제공항에서 텔레문도와 가진 인터뷰에선 “딸과 아내를 여기 내려놓고, 난 텍사스로 가 전력을 켜는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텍사스는 미 남부지방을 덮친 기록적 한파로 이틀 전까지 300만명 가량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했고, 정전사태 나흘 째인 이날 오전 현재 50만명이 여전히 암흑 속에 지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AP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텍사스주 인구의 4분의 1인 700만명이 수도관 동파 등으로 물을 끓여 마시고 있다고 했다.

크루즈 상원의원은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미 언론은 본다. 이 때문에 지역구 주민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모습에 비판 강도가 더 센 분위기다.

그는 성명에서 “직원들과 나는 텍사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진상을 파악하려고 주·지역사회 리더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우린 전기와 물이 다시 들어와 집을 따뜻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백만명의 다른 텍사스 사람들처럼 우리 가정도 난방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WP는 그러나 그가 이번주 초 출연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자신의 휴스턴 집이 정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지적, 거짓 해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 쪽에선 크루즈 의원을 ‘텍사스의 적(適)’이라고 맹폭했다. 길베르토 이노호사 텍사스 민주당 의장은 “테드 크루즈는 이미 (의회 폭동 사태 등) 반란 선동으로 우리 민주주의 적임을 입증했다“며 “지금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우릴 버림으로써 우리 주의 적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크루즈 의원의 사퇴나 축출을 요구했다.

크루즈 의원의 멕시코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여행자는 멕시코로의 모든 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한 지침도 어긴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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