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묘비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때아닌 ‘집토끼’ 논란에 곤혹스럽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대깨문’ 발언이 자칫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친문 진영의 이탈 우려 때문이다. 소위 ‘집토끼’ 단속에 비상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중도 외연 확장을 상징하는 ‘산토끼’ 모시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장모 구속과 ‘쥴리 인터뷰’로 겹악재를 맞았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도 아직은 오리무중인 탓이다.
▶宋, 친문 금기어 ‘대깨문’ 입에 올려=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이 나온 시점은 지난 5일 관훈 클럽 초청토론회였다. 송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구는 안된다’, ‘차라리 야당을 뽑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강성 친문이 이재명 후보를 견제한다’는 질의에 대한 대답 과정에서 나왔다.
문제는 송 대표가 사용한 ‘대깨문’이라는 단어가 강성 민주당 지지층을 비하하는 용어로 곧잘 사용된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대깨문’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칭했던 단어나, 이후엔 문재인 정부가 펴는 모든 정책을 덮어놓고 찬성하는 분별없는 무리 또는 좌표를 찍어 특정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비판 할 때 사용되던 용어다. 이런 단어를 당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언급하자 강성 민주당 지지층, 소위 ‘집토끼’들의 이탈 가능성을 당 지도부가 진지하게 우려해야할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이 있은 이후 민주당 당 홈페이지에는 송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취지의 글도 다수 올라왔다. 당 공식 애플리케이션은 화가 난 강성 민주당 지지층들이 일시에 몰려들면서 작동이 안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송 대표는 “발언 취지는 ‘우리가 다 하나가 되자’, ‘특정인을 배제하지 말자’는 취지로 한 것”이라 해명했다.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장 강훈식 의원도 나서서 사과를 했다. 강 의원은 6일 TBS 아침방송에 출연해 김경율 회계사를 국민 면접관으로 섭외했던 사건에 대해 “언론 주목도를 높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다. 그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린 것 같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강 의원은 김해영 면접관과 추미애 후보와의 설전에 대해서도 “추미애 후보하고 할 때는 감정이 좀 느껴졌었다. 면접관이 그러는 것은 적절치 않았던 장면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집토끼 이탈’을 우려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층 중 적지 않은 수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거나 야당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를 찍으면서 사상 최대의 표 격차인 500만표차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임승호, 양준우, 신인규 등 신임 대변인단 내정자들이 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국민의힘, 중도층 ‘산토끼’ 확장 비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중도층 등 외연확장이 당면 현안이다. 당장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겹악재로 지지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출마선언을 했으나 이후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출마전과 비교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컨벤션 효과의 부재다.
여기엔 윤 전 총장 출마 선언 후 부인의 ‘쥴리 인터뷰’(6월 30일)와 함께 장모의 법정구속(7월 2일)에다, 장모의 명품 핸드백까지 입방아에 오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윤석열 총장의) 장모가 선고를 받던 날 M사 자동차를 타고 오고, 여성들은 ‘저 핸드백이 어디 거다’고 곧장 캐치를 했다. 너무 준비가 안됐나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장모는 지난 2일 법정에 출석하면서 벤츠 차량을 탔고 손에는 에르메스 백이 들려있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시기 이후 줄곧 호남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이준석 당대표는 지난달 취임 첫날 광주를 찾아 “5·18 이후 세대로서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 광주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92.0%(82만표)의 표를 몰아준 곳으로 이 대표가 첫 일정을 광주로 잡은 것은 정치권에선 ‘산토끼 행보’ 즉 외연 확장 의지로 해석됐다. 여기에 황교안 전 당대표 이후 소위 ‘태극기 세력’과 거리를 둬온 것 역시 외연 확장을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국민의힘이 외연을 확장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윤석열 총장의 대전행보’를 묻는 질문에 “윤석열 캠프에 물어보시라. 우리당 후보도 아닌데, 그분의 행보에 일일이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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