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사퇴’ 이낙연, 당 지도부 만류에도 “강행”…당내 ‘불협화음’ 우려도
2021-09-09 14:52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9일 오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전북권 공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의원직 사퇴’를 발표하며 배수진을 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민주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으며 당 내부에서 “원팀 기조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낙연 후보의 사퇴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정작 이 후보 측은 “이미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라는 반응이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직접 이 대표의 사퇴 의사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 이 후보의 사퇴가 향후 경선 결과 발표 이후 ‘불복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가 이 후보에게 전화해 사퇴 의사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라며 “정권 재창출을 향한 충정, 대선후보로서의 (사퇴) 결의 배경은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향후 우리가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만류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사퇴가 처리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을 거쳐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표를 얻어야만 한다. 특히 사퇴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여야 지도부 간 협의 내용을 거쳐 국회의장이 상정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일찌감치 “처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이 후보의 사퇴서는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힌 이낙연 후보 측은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사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 진행한 전북 지역 기자회견에서도 “제 광주에서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에 임하겠다며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말씀드렸다”라며 “모든 것을 걸고 정권을 재창출하겠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사퇴 의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이 후보가 사퇴를 위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의원 보좌진 역시 전원 면직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낙연 후보 캠프 좌장인 설훈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의원직 사퇴 발표를 예고했다가 당 안팎의 만류에 회견을 취소하하는 등 소동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낙연 후보의 사퇴 선언이 당 지도부와 후보 간 불협화음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이낙연 후보가 사퇴를 고집할 경우, 경선을 이끌어야 하는 지도부와 후보가 싸우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낙연 후보의 사퇴를 야권 후보들이 오히려 높게 평가하며 공세에 활용하는 모양새다. 야권 대선주자인 황교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이날 “이낙연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높이 평가한다”라며 “그의 용단이 폄하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현 경기도지사 이재명 후보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 지사는 의원직에 비교되지 않는 국내 최대 규모 자방자치단체의 수장직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낙연 후보의 결단으로 이제 여당에서도 국민이 바라는 정정당당한 승부의 단초가 마련됐다”고 언급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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