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당시 대북협상을 이끌었던 스티븐 비건 前 미 국무부 부장관.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당시 대북협상을 이끈 스티븐 비건 미 전 국무부 부장관은 헤럴드경제와의 화상인터뷰에서 북미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톱-다운이 아닌 단계별로 실무협상과 정상합의를 혼합·병행하는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8일 인터뷰에서 “그 이론(톱-다운)이 틀렸다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다음은 요약된 인터뷰 내용이다.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추가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지금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 분명 복잡한 일들과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공개적인 초청에 호의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적인 대화’를 조건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단된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대북관여를 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힐 것을 추천한다.
-2019년 북미 간 마지막 협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톡홀름 협상은 왜 실패했나.
▶하노이에서 확인한 미국과 북한의 의견차를 줄이기 위한 논의가 스톡홀름에서 이뤄졌다. 당시 미국은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5가지 의제에 대한 ‘최종 상태’에 동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일련의 옵션들을 제시했다. 우리는 동시적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고, 제재 완화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에 대한 대가로 마련돼 있었다. 이 협상이 중단됨으로써 정말 우리가 놓친 기회가 무엇인지 역사가 나중에 판단해줄 것이다.
문제는 평양 밖의 인사들은 어떠한 권한이나 유연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와 만나기 위해 숙련된 외교관들이 파견됐지만 상대적으로 무력했고, 앞으로 나아가거나 조정할 협상 권한이 없었다.
평양에서 협상을 하더라도 테이블 맞은편의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말 그대로 흰 종이 위에 메모를 수석대표에게 전달했다. 북한과의 협상은 경직된 입장 외에도 여러 기계적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이 북핵문제를 푸는 데에 유효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그렇게 제안을 받아 지난 2018~2019년 일종의 테스트를 했다.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도 그렇고, 하노이 회담도 그렇고 모두 그런 접근을 시도해본 것이었다. 그때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설적인 토론과 담대한 합의를 하고, 양 정상이 합의한 방향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각자 회담장을 떠났다.
그런데 김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사람들은 평양으로 돌아가면 약속한 입장에서 후퇴하거나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 간부들이나 엘리트 집단의 압박을 받은 것일 수도 있겠다. 토머스 쉐퍼 전 평양주재 독일대사도 그런 분석을 했었는데, 답은 모르겠다.
나는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상 수준의 참여는 양측 입장이 실무단계에서 세부적으로 간격을 좁혀진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그 이론(톱-다운)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은 왜 실패했나.
▶하노이 정상회담을 3~4일 앞두고 북한 사람들과 앉았는데, 당시 대표단은 비핵화를 제외한 나머지 로드맵에 준비가 돼 있었고 비핵화 부분과 관련해 협상을 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북한이 무슨 계산을 하고 그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전략 실패였다.
당시 북한이 제안한 안은 단계별 합의가 아닌 최종상태(end-state)로 비핵화 조치였는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안이었다. 미국 대통령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었다.
놀라웠던 지점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에 대한 비판이 서울의 즉각적 반응으로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북한과 주변국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성과에 필사적인 입장이라 불충분한 합의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볼 만한 심각한 오해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잠시 생기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북핵문제를 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중관계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북한문제에 있어서의 협력도 제한적일 것이다. 미국이 (북한문제를) 독립된 영역으로 보고 관여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은 김정은 정부에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데, 미국과 당면한 과제들로 북한의 대규모 제재 위반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했을 때, 한국에 양보를 대가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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