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신혜원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질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전략적 모호함’ 카드를 꺼냈다. 출마설을 부인하는 입장에서 가능성을 약간 열어두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정치 1번지로 상징성이 큰 종로 지역구에서 대선 주자와 ‘러닝 메이트’로 뛰어야 할 주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 중량급 인사들이 오르내리면서 ‘종로 대전(大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는 전날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후 기자들과 만나 종로 출마설에 대해 “상계동에 출마하는 게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행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앞서 한 라디오에서는 “제가 나가든, 다른 사람이 나가든 비슷할 것”이라며 종로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말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민주당에 혼란을 주기 위해 입장을 살짝 돌린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에서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우상호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종로는 특성상 대선 후보급 인사들을 선호한다”며 “종로에 거주하는 분 중 민주당이 추천할 수 있는 중량급 인사는 사실 임 전 실장이 유력하다”고 했다. 만약 이 대표와 임 전 실장의 대결 구도가 성사되면 ‘386세대 주자’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주자’ 간 승부가 될 수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
국민의힘 내부에선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지 않는다면 종로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 주자 4명 중 가장 젊은 원 전 지사는 최종 후보가 되지 않으면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 종로에 입성하는 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여러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원 전 지사가 이를 염두에 둔 모습으로 막판 단일화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두 사람의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원 전 지사 캠프 측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외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여권에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나온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안에선 제3지대 주자로 출마 선언을 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단일화를 추진한 후 김 전 부총리를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도 언급된다. 이 밖에 돌고 돌아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재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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