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정윤희 기자]운명의 날이다. 내년 대선(3월 9일)을 4개월여 앞둔 5일 오후, 국민의힘이 대통령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치열했던 28일간의 당 내 경선 레이스는 막을 내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당 대 당의 본선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연장을 압도하지만 누가 그 깃발을 들지는 막판까지 안개 속이다. ‘양강’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 경쟁을 이어가며 쉽사리 승패를 예측하기 힘들게 했다. 최종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여야 모두 향후 본선 전략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개표 결과 발표는 오후 2시45분께로 예정됐다. 당 선관위는 지난 1~4일 동안 진행된 선거인단(책임당원) 투표 결과와 3~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해 최종 후보를 지명한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열망은 ‘역대급’ 투표율로 확인됐다. 전날 마감된 최종 당원투표율은 63.89%였다. 2012년 18대 대선 경선(41.2%), 2017년 19대 대선 경선(18.7%) 뿐만 아니라 ‘이준석 돌풍’이 불었던 지난 6월 전당대회 당시 투표율(45.36%)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 전 총장, 홍 의원 등 4명의 후보(가나다순)는 모두 경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경선 막바지가 다가올수록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사이 선두 다툼이 불꽃 튀는 동시에 유 전 의원과 원 전 지사가 막판 추격에 나서는 등 혼전을 거듭했다.
여의도 안팎에서도 쉽사리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특히, 정치권 내 예측과 여의도 밖 전망이 다소 차이가 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중론은 ‘당심은 윤석열, 민심은 홍준표’다. 그러나 2차 예비경선 이후로 19만명의 당원이 신규 유입된 점을 고려해 “당심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역대급 투표율은 자발적 투표가 조직표를 뛰어넘은 방증이라는 논리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4일 오후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함께 홍대거리를 방문, 지지자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결국 세대별, 지역별 당심이 승패의 향방을 갈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가입한 2030 청년 당원들이 홍 의원을 지지하고 ‘민심이 당심을 끌고 가는’ 전략투표가 이뤄졌을 경우 홍 의원이, 경선 중반 이후 불어닥친 거센 ‘무야홍’ 바람에 50대 이상 당원들이 결집했을 경우 윤 전 총장이 최종 후보가 될 전망이다. 본선에서는 1, 2차 예비경선(컷오프) 때와 달리 득표율이 모두 공개된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당원투표율이 높다고 하지만 투표율만 가지고는 결과를 예측하기 대단히 어렵다”며 “여론조사와 달리 당원투표는 실질적인 투표 행위다. 일반적으로 당심에서 윤 전 총장이 앞선다고 하지만 섣불리 결과를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측과 홍 의원측은 저마다 높은 투표율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캠프 이상일 공보실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큰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며 “10~15%포인트 사이, 보수적으로 본다면 10%포인트 안팎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캠프 이언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같은 라디오에서 “홍 의원이 이겼다고 보고 있다”며 “밖의 여론은 홍준표 대세가 된 상황이고, 윤 전 총장은 마지막까지 망언이 잇따르면서 반전할 모멘텀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 의원은 “제가 후보가 되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고 정권교체의 대장정에 나설 것”이라며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경선 흥행의 성공 역할에 만족하고 당을 위한 제 역할은 거기까지다. 백의종군 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측도 이날 오전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고 차분히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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