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 도전장을 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정상적 출마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세상에 어느 후보가 출마하자마자 단일화만 갖고 관심을 끄는가”라며 “유권자 중 상당수가 안 대표의 정책에 관심을 갖지 않고, 그가 (국민의힘과)단일화를 할지 애를 먹일지만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안 대표에게는 더 이상 확장성이 없다”며 “결국 (단일화를 갖고)‘내가 표를 깎아먹으면 너희들도 진다’는 식으로 협박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밝힌 그는 ‘시간이 안 대표를 눌러줄 것으로 본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지난 4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이 대표는 안 대표가 사흘 전 ‘정권교체’를 내걸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어느 지점에서 감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안 대표보다 먼저 제3지대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놓곤 “생각이 다르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며 “행보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선 “도덕성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며 “가면을 찢겠다고 한 것은 과대포장된 능력에 대한 부분”이라고 맹폭했다. 자신에게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질 서울 종로 보궐선거 출마설이 따라붙는 일과 관련해선 “호사가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출마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날 이 대표는 ‘비단 주머니’ 3개를 꺼내보였다. 이는 그간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전략가 제갈량의 금낭묘계(錦囊妙計)로 묘사돼왔다. 그는 “민주당은 상상도 못할 방식의 선거운동을 고안했다”고 자신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한 안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어딘가에서 저를 보고 ‘정치 평론가’라고 말한 것 같은데, 안 대표는 정치도 못하고 평론도 못한다. 남을 평가할 위치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안 대표 스스로 (대선)완주를 하겠다고 밝혔으니 무운을 빌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선 안 대표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을텐데.
▶안 대표 측도 며칠 후면 기삿거리가 없어질테니 단일화 등의 정치적 이벤트를 노릴 것이다. 앞으로 2개월 정도 당 밖에서 ‘거간꾼’들이 돌아다닐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다음 단일화를 놓고 ‘같이 나가면 같이 죽는다’는 식으로(말이 나올 수 있는데), 이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든 방식이다.
-이제 당무 우선권이 대선 후보에게 가지 않는가. 안 대표와의 단일화 협상 주도권도 후보에게 넘어갈 것이란 말도 있는데.
▶안 대표는 그렇게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당의 역사를 보면 대선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별로 없다. 대선 후보는 실질적으로 당무를 다 챙길 수 없다. 안 대표는 상식선에서 머리를 잘 써야 한다. 만약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저를 피하려다가 김 전 위원장을 만날 수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등판할 수 있는가.
▶김 전 위원장이 오는 15일 출판 기념회를 한다. 이 행사 이후 행보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김 전 부총리의 행보는 어떻게 보는가.
▶김 전 부총리의 출마 목적은 명확하다. 안 대표가 10년 전에 하려고 한 새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범야권의 인사로 보는가?) 그렇다.
-안 대표와 김 전 부총리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다른데.
▶국민도 안 대표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알 만큼 그의 모든 부분이 파악 당한 상태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에게는 기대감이 있다. 이 분이 앞으로 정치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보는 시선은.
▶도덕성을 지적하기에는 입이 아프다. 저의 ‘가면을 찢겠다’는 표현은 이 후보가 갖는 (정책적인 면에서)과대평가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재명식 정치’는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정치다. 어떤 정책이든 파생 효과가 있다. 당장 ‘주 4일제’도 그렇다. 생산성을 높이면 된다는데, 제조업에서 생산성 20%를 높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가. 하루살이식 정책을 내놓는 이 후보는 점점 더 (대선 판에서)버티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지금 대선을 치르면 5% 차이로 진다’고 분석했다. 생각은 유효한가.
▶어렵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나선 2012년 대선과 비교하면, 수도권 표는 (그때보다)더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있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 65%의 득표율을 이번에도 할 수 있을지(의문이다). 이런 것들을 넘어서는 도전을 해야 한다. 호남에서 역대 최고의 득표율을 달성해야 한다.
-이 대표의 종로 보선 출마설도 거듭 거론된다.
▶호사가들은 대선 후보와 종로 보선 후보는 ‘러닝메이트’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하지만, 저는 그 분석을 믿지 않는다. 당 대표로 있으면서 대선 후보와 (전략을)조율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 제가 종로로 가면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 룰 구상, 공직후보자 기초 자격 시험 시행 등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정윤희·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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