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제출한 내년 예산 11조 9000여억원 중 약 1조 9600억원은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3면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각 부처별로 총 31개 이행과제를 위한 주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10월말 기준 28개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다. 올 상반기 주요 행정부처들이 밝힌 ‘2050 탄소중립 10개 주요 로드맵’ 중 3개만이 정책 수립 완료 단계이고 나머지는 미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정책수립 없이 편성된 탄소중립 사업 예산은 약 1조 96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예결위는 “국토교통부의 노후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4806억 원)이나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2245억 원) 사업 등은 ‘건물부문 2050 탄소중립 로드맵’ 기반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정책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 예산이 효과적으로 편성·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2022년도 예산안에 ‘탄소중립 경제’ 예산으로 11조 9000억 원을 배정했다. 이번 예산에는 문재인 정부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기존 26.3%에서 40%로 크게 상향한 것도 반영이 됐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내년도 탄소중립 예산을 12조원 쯤으로 올해보다 63% 증액편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없이 예산이 편성되면서 국회 안팎에서는 예산이 효과적으로 집행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효과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편성된 사업도 다수였다. 내년 1월 시행될 국가재정법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에 따르면 정부는 탄소중립 예산을 편성할 때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그린뉴딜 및 탄소중립경제 선도 과제로 추진될 사업 중 온실가스 감축 기대효과에 대한 산출결과가 없는 사업의 규모는 3조 원에 달했다.
당장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1조 2741억 원을 들여 추진할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융자)’, ‘신재생 에너지 보급지원’, ‘가정용 스마트 전력 플랫폼’ 등 3개 사업에는 온실가스 감축량 및 기대효과가 산출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6268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그린스마트 스쿨 조성’ 사업도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산출되지 않았다. 예결위는 “예비타당성 조사 시 기존의 경제성 평가 등 외에도 탄소저감 효과를 별도로 평가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예결위는 이외에도 정부 대표 재정사업으로 꼽히는 ‘휴먼뉴딜’ 사업과 관련해 예산 집행률이 미비한 사업을 정리해 예산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디지털 핵심 실무인재 양성훈련(2224억 원)’과 ‘K-디지털 크레딧(300억 원)’의 올해 추진실적은 10월 말 기준으로 목표 인원 달성률은 각각 37.1%와 9.8%에 그쳤다. 예산 집행률은 각각 26.8%와 1.4%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연·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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