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오지 마라” 방어벽에 막혀…먼발치서 5·18 참배했다
2021-11-10 17:57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자신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5·18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반대하는 시민들에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광주)=이원율 기자] '가짜 사과 필요없다', '전두환을 옹호하는 윤석열은 오지 마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5·18 민주묘지에 입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를 향한 거친 목소리가 커졌다.

윤 후보가 걸음을 옮길수록 수행원과 경찰, 시민단체 등 몸싸움의 수위도 더욱 높아졌다.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몇몇 인사들은 미끄러워진 바닥으로 인해 발을 삐끗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으로 구성된 오월어머니회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은 윤 후보에 대한 비판 글이 쓰인 피켓을 든 채 겹겹이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윤 후보는 결국 계획했던 장소에서 추모하지 못하고, 가는 도중이었던 추모탑 입구 참배광장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윤 후보는 우산을 쓰지 않은 채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했다. 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윤 후보는 고개를 숙여 약 30초간 묵념을 한 후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흰색 종이를 꺼냈다. 사과문이었다.


오월어머니회 등 5·18단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단 앞을 지키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참배를 막고 있다. [연합]

윤 후보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라고 말한 후 약 2초간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저는 40여년간 5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며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5월 광주의 아들이자 딸"이라고 했다.

나아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 지켜봐달라"며 "여러분께서 염원하는 국민 통합을 이뤄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한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이날 약 33분간 5·18 민주묘지에 머물다가 자리를 떴다. 그의 정장은 비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현장은 윤 후보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민단체 활동가 등은 이날 오전 5·18 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에서 경찰 기동대 경력과 몸싸움을 했다. 충돌은 경찰의 안전 울타리와 통제선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상자와 연행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생들은 윤 후보가 오기 전 민주의문 앞에서 연좌 농성도 벌였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에서 당원들과 만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해 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윤 후보는 사흘 뒤 유감을 표하고 송구의 뜻도 밝혔지만 캠프 실무진이 윤 후보의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SNS에 올려 더 큰 논란이 일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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