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카자흐 대통령,軍에 “경고없이 발포” 명령
2022-01-07 19:09


카자흐스탄 경찰이 지난 5일(현지시간) 수도 알마티에서 가스값 폭등을 기화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던 한 시민을 체포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의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 진압에 나선 군에 경고없이 발포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가스값 폭등 때문에 시작한 시위가 카자흐스탄 권력자의 독재에 저항하는 국면으로 번지고 있는데, 인접국 러시아 주도로 평화유지군이 투입되자 최악의 유혈사태로 치달을 걸로 우려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사태를 놓고 협상을 타진하는 요청을 어리석다고 일축, 시위를 진압하겠다고 공언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범죄자·살인자와 무슨 협상이 있을 수 있나”라며 “우린 무장하고 훈련된 국내외 테러리스트와 싸워야 했다. 그들은 파괴돼야 하고, 가까운 장래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성명에선 정부가 국가 통제권을 대부분 되찾았고 기본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헌법질서가 회복됐다고 했는데, 시위대를 향한 한층 강경한 대처를 공표한 것이다.

카자스흐탄 정부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소 시위대 측에서 26명, 보안군 측에서 18명에 이르고 있다. 이날 현재 3000여명이 구금된 걸로 알려졌다. AP는 적어도 1명의 경찰이 참수당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가스값 폭등에 불만을 가진 카자흐스탄 시민은 수도 알마티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정부 청사를 습격·방화하고 알마티공항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테러 방지 작전에 들어갔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살타나트 아지르벡 알마티 경찰 대변인은 시위진압 작전 전 TV를 통해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 사람들은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알마티 중심부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있고, 군인은 공중에서 경고사격을 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70대의 항공기가 군 병력을 카자흐스탄으로 이동시키는 데 관여했고, 알마티공항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앞서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진입을 준비하는 군대의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투입되는 옛 소련국가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 선발대 2500여명은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평화유지군에는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 출신 군인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는 공수부대를 파견한 걸로 알려졌다.

CSTO 측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데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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