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백금’ 된 마늘
2022-01-08 07:01


쿠바 서부 비냘레스 한 시내에서 마늘 판매상이 전구처럼 엮은 마늘 다발을 자전거에 매달아 이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쿠바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마늘을 사라(?)'

한국에선 흔한 양념인 마늘이 쿠바에선 '백금(White gold)'으로 통하고 있다.

8일 이코노미스트지(紙)는 최신호에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물자가 부족해 진 쿠바에서 마늘이 백금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쿠바는 다른 공산국가와 마찬가지로 공산품이 부족해, 농사에 필수적인 비료와 농약이 부족하기 일쑤다. 1년에 단 1번, 1월에만 수확되는 마늘 재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마늘 공급량은 그해 작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수요는 거의 고정적이다. 쿠바 음식에서 마늘을 빼놓을 수 없어서다. 쿠바 요리에는 '사손(sazón)으로 불리는 독특한 양념이 중요한데, 마늘을 베이스로 한다.

매년 수도 하바나에는 마늘 판매상이 마늘 묶음을 어깨에 매고 판매한다. 그 가격은 연 중 11~12월에 급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는 펜데믹으로 인해 비료, 살충제, 종자, 동물 사료 등 농가에 필요한 기본 물자가 더욱 부족해졌다.

하바나에서 한 연금수급자는 이코노미스트에 "마늘 한뿌리 가격이 25페소(1달러=1200원), 450g에 240페소(1만1520원)으로 9월 보다 4배 비싸다"고 불평했다.

쿠바에서 마늘을 싸게 사려면 '아헤로스(ajeros)'로 불리는 마늘 전매(轉賣)상을 찾으면 된다. 이들은 마늘 밭을 통째로 5만~10만 달러(1억2000만원)에 사들여, 다른 판매망에 팔아넘기고, 다른 판매상은 더 작은 판매상에 파는 식으로 중간 단계를 거친다.

쿠바에서 마늘로 큰 이문을 남기는 건 전혀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1986년 당시 쿠바 독재자였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마늘 농부가 마늘을 암시장에 팔아 지방 외과의사 수입의 10배인 연 5만 달러의 소득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카스트로는 '변장한 자본가'라고 비판하며 사적 거래 시장을 폐쇄시켰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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