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우크라 침공시 對北 수준 고강도 수출 규제”
2022-01-10 11:43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웬디 셔먼(왼쪽) 국무부 부장관과 러시아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 [연합·TASS]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과 러시아·서방 간 안전보장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담판 초반부터 러시아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를 향해 대북 제재 수준의 고강도 수출 규제를 가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동맹국이 10일부터 시작되는 러시아와의 연쇄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첨단기술, 전자제품 등의 대(對) 러시아 수출 규제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대러 수출 규제가 미국발(發) 수출뿐만 아니라 일부 해외 생산 제품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사용하거나 이에 기반해 생산된 반도체 역시 규제 목록에 올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에 따른 영향이 항공 기기, 공작 기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 기기, 태블릿PC, TV에도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조처와 관련해선 쿠바, 이란, 북한, 시리아를 상대로 한 제재만큼이나 강력한 수출 규제에 러시아가 직면할 수도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군과 민간 분야를 흔드는데 미국의 기술 우위를 지렛대 삼으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당초 예정보다 하루 당겨 만난 담판 자리에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통솔하는 미국 대표단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 외무차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 간에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만찬을 겸한 사전 협상에서도 미러 양측은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도 치열한 물밑 수싸움을 벌였다.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사전 협상 후 “미국 측과 대화는 어려웠지만 효율적이었다. 놀라웠다(amazing)”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러시아의 요구는 분명하다. 미국이 타협에 이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토의 동진(東進) 금지를 구속력 있는 문서로 확약해달라는 러시아의 안전보장안 요구를 미국 측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미국 측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회담 후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측에 영토 보전, 국가의 주권적 자유란 국제 원칙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사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네바 협상에서 미러 간 눈에 띄는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CNN·ABC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러시아 측과의 회담에서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기대 수위를 낮췄다.

러시아도 회담 직전 미국을 몰아세우며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를 분명히 했다.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이날 “어떤 양보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이 단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의 연쇄 회담을 예정하고 있으나 전체적 회담의 향방을 결정짓는 건 미·러 제네바 회담일 수밖에 없다.

미 정부 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러시아가 미국과의 회담을 중요시한다면서 “그들은 나머지는 장식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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