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돼지심장, 사람 몸에서 뛴다"…美의료진 첫 이식
2022-01-11 09:16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센터 소속 의료진이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에게 이식할 돼지 심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수술에 사용된 돼지 심장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내 당(糖)을 제거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동물의 장기를 사용해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연구가 한 발 전진했다. 미국에서 세계 의료계 최초로 돼지의 심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되면서다.

10일(현지시간) AP·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센터는 지난 7일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의 동의를 받고 그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직 이르지만 환자는 수술 후 사흘째 회복 중이며 이식된 장기는 사람 심장처럼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의료진은 동물 장기 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없다는 점에서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P 그리피스 박사는 “이번 획기적인 수술로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우리는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이 수술이 앞으로 환자들에게 중요한 새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 장기 이식 시에는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문제인데 이번 수술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내 당(糖)을 제거한 돼지 심장이 사용됐다.

베넷은 수술을 앞두고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이다. 나는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시도라는 걸 알지만 마지막 선택”이라며 “회복한 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이번 수술은 정상적인 치료 절차로 행해진 것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31일 ‘확대 접근(동정적 사용)’ 조항을 통해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이 조항은 심각한 질환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 같은 실험적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증에 의존하는 이식용 장기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한 돼지 등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연구를 수십년간 해오고 있다.

아직 수술의 최종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대학 측은 유전자 변형 동물의 심장이 즉각적인 거부반응 없이 인체에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이식수술이 보여줬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돼지의 콩팥 한 개를 뇌사 상태 환자의 인체에 이식한 뒤 작동 여부를 관찰했던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메디컬센터 연구팀 소속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는 “메릴랜드대의 이번 이식수술이 한 단계 더 나아간 실험”이라며 “심장질환 환자가 있는 가족들이나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센터 소속 의료진이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AFP]

이종 간 장기 이식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4년 죽어가던 한 아기가 아기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뒤 21일간 생존했지만 결국 거부반응으로 사망했다.

UNOS의 최고의학책임자(CMO)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아직 동물 장기 이식수술은 최초이자 임시적 단계일 뿐”이라며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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