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10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던진 3조4000억원 ‘승부수’가 250조원 복덩어리로 돌아왔다. 오는 14일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는 SK하이닉스는 지난 10년 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며 그룹 내 중추로 자리매김 했다.
11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2조9978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달성하며 2012년부터 10년 간 249조9000억원의 누적매출을 기록했다. 인수 투자금 3조4000억원의 73.5배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2조4103억원으로 지난 10년 간 누적 71조5000억원에 달했다.
인수 첫 해 영업이익은 2273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이듬해부터 흑자전환해 10년 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투자금(3조4000억원)의 21배에 이른다. 최태원 회장의 ‘뚝심’으로 추진한 투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한 것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달라졌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인수를 결단한 2011년만 해도 ▷막대한 투자자금 ▷대규모 설비투자의 필요성 ▷불확실한 시장 전망 등 때문에 내부 우려와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를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적자 기업을 인수해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최 회장의 비전은 10년 만에 반전을 일으켰다.
최 회장은 인수 직후 “SK와 하이닉스 모두 질적 성장을 이루고 국가경제 발전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인수 이후 매년 연구개발비를 늘리며 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2년 9000억원이던 연구개발비는 2020년까지 3조4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누적된 투자금액만 19조3000억원이었다.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12.2%까지 높이기도 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도 2012년 3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9000원까지 늘렸다.
생산 시설도 지속 확충해 SK하이닉스는 2012년 충북 청주 M12라인을 시작으로 2015년 이천캠퍼스 M14 라인, 2018년 청주 M15 라인, 지난해 이천 M16 라인 등 공장을 늘렸다. 확장된 생산시설 4곳의 면적만 21만2000㎡에 이른다. 축구장 29개 규모다. 라인 확충과 시장 수요 증가로 생산량도 10년 간 7배 급증했다.
인수 이후로도 누적된 적자 때문에 한동안 법인세조차 내지 못했던 SK하이닉스는 2015년 처음으로 800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납부한 누적 법인세만 11조원에 이른다. 1995년 1009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이후 2014년까지 19년 간 법인세 한 푼 내기 어려웠던 회사가 조단위의 세금을 내는 회사로 변모한 것이다. 그 덕분에 사업장이 위치한 이천과 청주 등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도 높아지는 등 낙수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K반도체’ 경쟁력 강화 의지로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에 10년 간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414만8000m²부지에는 SK하이닉스 외에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와 연구소 50여 곳이 참여하는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구축하게 된다.
사회공헌투자와 기부금도 크게 늘어 10년 간 4074억원이 사회공헌을 위해 쓰였고 3642억원이 기부금으로 사회환원됐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확장도 시도 중이다. 지난 2017년 낸드(NAND) 전문기업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에 지분투자를 했고 2020년 90억달러 규모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추진, 지난해 1차 인수가 마무리됐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낸드시장에서 또 한 번 승부수를 띄우면서 시장에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점유율 면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키옥시아와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설립된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외형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솔리다임 인수 효과를 반영할 경우 올해 매출이 50조원을 넘어 내년엔 60조원을 내다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경쟁력 확보 등 솔리다임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시점”이라며 실적 상향을 전망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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