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향후 10가지 친환경 소재를 신차에 필수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기아 전용 전기차 EV6에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와 아마씨 추출물 등 친환경 소재가 다수 사용됐다. 기아 EV6 실내.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친환경 소재 적용을 확대하는 가운데 기아가 친환경 소재 10가지를 선정했다. 탄소 배출 저감을 넘어 차량의 생산과 사용, 폐차 등 생애 주기 전체에 걸쳐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12일 기아의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아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전략에 따라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가죽 사용의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10가지 필수 소재를 선정해 소재 분야의 친환경성을 높이기로 했다.
기아는 앞서 첫 전용 전기차 ‘EV6’에 다양한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도어포켓, 크래시패드의 무드 조명 가니쉬, 보조 매트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나파 가죽 시트에는 아마씨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공정을 적용했다.
기아는 그동안 소재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는 판단 아래 모든 모델에 적용될 ‘10가지 필수 소재(10 Must Have Items)’를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10가지 친환경·재활용 소재는 ▷바이오 폴리우레탄 ▷재활용 페트 패브릭 ▷재활용 페트 어망 구조 카페트 ▷바이오 폴리우레탄 폼 ▷바이오 페인트 ▷BTX(벤젠·톨루엔·자일렌) 프리 페인트 ▷재활용 페트 실 ▷재활용 페트 펠트 ▷폴리프로필렌 및 바이오 폴리에틸렌 혼합물 ▷친환경 재활용(PCM) 플라스틱 등이다.
바이오 폴리우레탄의 경우 가죽 사용이 완전히 중단됨에 따라 내년 출시하는 ‘EV9’부터 동물가죽은 물론 인조 가죽 소재로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의 대체를 추진한다. 동물 가죽은 20단계로 이뤄진 무두질 과정에서 250개의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 중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도 포함된다. 최근 유럽 완성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용을 중단하는 분위기다. 바이오 폴리우레탄은 옥수수, 유칼립투스 등을 추가해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가죽과 동일한 질감을 구현할 수 있다.
플라스틱 부품의 20%는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한다. 현재 휠가드, 바닥 카펫 등 약 2%에만 사용되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2025년까지 콘솔 상부 구조물, 엔진 커버 등으로 확대해 8%까지 늘리고 2030년까지 범퍼와 필러 트림(차체 기둥 내장재) 등 주요 부품을 포함해 20%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열분해 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다양한 화학물질로 재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도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기아는 제조 공정 전반에서 친환경 원료 사용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버섯 균사체를 기반으로 바이오 가죽을 개발하는 한편, 현대차그룹 사내 벤처 마이셀과의 협업을 통해 바이오 가공 공정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기아가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친환경 소재 적용을 확대하면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선진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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