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또 다른 전쟁...對유럽 가스 공급량 확 줄인다
2022-07-26 11:30


독일 북동부 루브민의 러시아-독일 연결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관련 시설의 모습. [로이터]

러시아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또다시 줄이며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자국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번 감축 조치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전체 용량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가스 만이 유럽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가스 전쟁’이라 정의한 이번 조치가 최근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더 심화시키지 않도록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정기 수리까지의 가동 기한이 끝남에 따라 (노르트 스트림-1 가스관을 위한) 포르토바야 가압기지의 지멘스제(製) 가스관 터빈 엔진 또 하나의 가동을 멈춘다”며 “모스크바 시간 기준 27일 오전 7시부터 포트토바야 가압기지의 하루 가스운송량이 현재(하루 6700만㎥)의 2분의 1인 하루 3300만㎥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포르토바야 가입기지에선 현재 2개의 터빈만이 가동되고 있는데, 1개 터빈이 더 가동 중단되면서 터빈 하나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 3300만㎥의 운송량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전체 용량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스프롬은 수리를 위해 먼저 캐나다로 보냈던 가스관 터빈의 안전한 반환을 확인하는 캐나다 정부의 문서를 독일 지멘스사(社)를 통해 전달받았다면서도 “앞서 우리가 언급한 위험들을 모두 해소하는 것이 아니며 추가적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캐나다에서 독일로 수송된 것으로 알려진 터빈을 신속히 러시아로 반환하고, 다른 가스관 터빈의 안전한 수리·반환을 보장하는 관련국들의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앞서 독일 지멘스사가 캐나다 전문 업체에 수리를 맡긴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터빈에 대해 캐나다 정부가 대(對)러시아 제재를 이유로 반환을 미뤄왔다. 러시아 측은 이를 이유로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해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까지 축소해 유럽 내 에너지 위기 우려를 키웠다.

캐나다 정부가 지난 9일 독일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가스관 터빈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제재를 면제해 돌려줄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러시아로 반환돼 재설치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스 운송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8월물 기준)은 전장보다 10.48% 상승한 메가와트시(MWh)당 176.62유로에 거래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스프롬의 이날 조치에 대해 “러시아가 단합한 유럽을 상대로 벌이는 ‘가스 전쟁’”이라며 “이것은 단지 다른 형태의 테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들이 가스 터빈 반환에만 급급하기보단, 대러 제재를 강화해 대응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가스프롬의 가스 운송 감축에 대해 “기술적 이유가 없다”며 우려를 표하면서, 자국 에너지 기업들이 급등한 가스값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발생할 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날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은 가스비 또는 전기료 급등으로 인한 관리비 추가납부액이나 분할납부액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에 대한 월세 계약 해지를 일정 기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금지 기간은 6개월이 유력하다.

앞서 지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유니퍼에 150억유로(약 20조원) 규모의 긴급구제금융에 나선다고 발표하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어려움에 부닥친 저소득 가구와 기업 지원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의 후속 대책이다. 러시아에서 가스 공급이 줄어들면서 독일 가구의 내년 가스비 청구액은 최소 3배로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TV에 출연해 에너지 절감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한 가운데, 에너지 절감을 위해 냉난방 시 상점 문 개방과 공항·기차역 외 장소의 심야 조명 광고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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