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州) 가든그로브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한 남성이 ‘고용중’이라 표시된 매장 앞을 걸어가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그동안 견고하게 버텨왔던 미국 노동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연일 꺼내들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돌입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던 고용 지표마저 흔들리며 경기 침체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 연준 고위 인사들이 앞다퉈 ‘매파(통화긴축선호)적’ 발언을 쏟아내며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 높아진 모양새다.
미 노동부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6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6월 미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070만건으로 전월 대비 60만5000건(5.4%) 감소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1114만건을 하회한 결과이기도 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월 감소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두 달을 제외하면 20여년 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6월 고용 건수도 637만건으로 전월보다 2% 감소했다. 퇴직자 수는 420만명으로 큰 변동은 없었다.
월가(街)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이 노동 지표에 주목하는 이유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이 강력한 노동시장을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미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연율 기준)로 통상 시장에서 ‘기술적 경기 침체’로 받아들이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고용·소비·투자 등이 견고한 만큼 경기 둔화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 언론들도 이날 JOLTS에 나타난 수치를 근거로 노동 시장이 여전히 강세란 반론도 내놓았다. 1000만건이 넘는 구인건수는 역사적으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며, 고용시장에 나온 인력 1명 당 1.8건의 채용 공고가 나온 셈이라 여전히 노동자 우위 시장이란 점에서다.
같은 날 경기 침체가 아니란 주장의 또 다른 근거인 소매판매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지표도 나왔다. 이날 나온 7월 넷째주 존슨레드북 소매판매지수는 전년 대비 15.5%나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 주요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잡기에 여전히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50bp(0.5%포인드)가 타당하다는 평가지만, 75bp도 괜찮다”며 “물가 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면 약간 더 높은 경로를 재고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CNBC와 링크드인을 통한 인터뷰에서 “갈길이 멀다. (물가 억제를 위한) 길의 끝자락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며 연준의 긴축 완화 기조가 예정돼 있다는 일각의 시각에 강한 의문을 드러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같은 날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실제 생활비가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를 찾을 것”이라며 단순 인플레 상승폭 감소 수준이 아니라 체감 물가 자체 낮아져야 긴축 행보 풀 수 있다 시사했다.
한편, 이날 2년물·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각각 상승했고, 뉴욕증시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고조까지 겹치며 이틀 연속 하락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