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후보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왼쪽)과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부 장관(오른쪽). [A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영국 보수당이 정보당국의 보안 경고를 받고 당 대표 및 총리를 뽑는 선거 규정을 황급히 변경했다.
보수당은 3일(현지시간) 해킹 가능성을 막기 위해 투표를 한 차례만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당초엔 투표 마감인 9월 2일까지는 선택을 바꿀 수 있었으나 이제는 우편이든 온라인이든 한 차례만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투표용지를 발송하면서 당원 개개인에게 고유 투표 코드를 부여했다.
보수당은 이로 인해 투표용지 발송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각 당원이 1일부터 투표용지를 자택에서 받도록 할 예정이었는데 이제는 11일 이전 배송 완료가 목표라고 말했다. 당선자 발표는 9월 5일이다.
영국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 산하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보수당에 온라인 투표 관련 보안 사항을 조언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텔레그래프지는 특정 집단으로부터 위협이 있던 것은 아니고 투표 절차가 해킹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어차피 보수당 후보 중에서 총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러시아 등에서 선거에 개입한다고 해도 영국 정책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이번 선거에선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우세한 양상이다.
트러스 장관은 당내 하원의원 투표에선 2위를 기록했지만, 이후엔 주요 인사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여론조사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보수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유고브-더타임스·타임스 라디오 설문조사에서 트러스 장관은 60% 지지를 확보해서 상대 후보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26%)을 크게 앞섰다.
트러스 장관은 연령, 성별을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7월 29∼8월 2일에 보수당원 1043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응답자의 53%는 보리스 존슨 총리를 내몬 것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수낵 전 장관은 존슨 총리 사임을 촉발한 인물로, 트러스 장관 측에선 이 점을 부각해 배신자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
수낵 전 장관 진영은 아직 선거가 초반이라는 입장이다.
또 선거 규정이 바뀌어서 투표를 한 차례만 할 수 있게 되면서 역전할 여지도 더 커졌다.
트러스 장관은 전날 정부 지출을 88억 파운드(약 14조 원) 줄인다는 공약을 하루 만에 거둬들이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공약에 공공부문 종사자 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고 런던 외 지역에선 임금을 삭감하는 안이 포함된 것이 큰 반발을 샀다.
이 밖에 트러스 장관은 세금 인상 취소, 국방예산 국내총생산(GDP)의 3%로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를 재추진하는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을 '관심을 끌려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무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관해 합리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에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수낵 전 장관은 재무장관 재임 중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금 인상을 단행하고 경선 중에도 일단 물가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나 최근 지지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2029년 말 소득세율 인하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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