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현대모비스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 제조를 담당할 자회사 2곳을 신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데 대해 시장에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복합적인 판단이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모듈과 부품 생산 등 단순 제조 업무는 자회사에 맡기고,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 등 신기술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또 협력사를 통한 위탁 생산 체제를 자회사 설립에 의한 직영 체제로 전환해 하청노조 리스크를 덜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전날 기존 생산전문 협력사를 통해 운영해오던 국내 모듈공장과 핵심부품공장을 2개의 생산전문 자회사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인설립 후 현대모비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형태다.
울산과 화성, 광주의 모듈공장 생산조직은 모듈통합계열사(가칭)로, 에어백, 램프, 제동, 조향, 전동화 등 핵심부품공장 생산조직은 부품통합계열사(가칭)로 재배치된다. 9월 중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한 뒤 11월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현대아이에이치엘(램프), 지아이티(검사), 에이치그린파워(배터리 시스템) 등 3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신설 자회사 2개를 포함하면 총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신설 자회사는 향후 독자적인 영업 능력도 키운다.
우선 현대모비스는 이번 자회사 신설로 생산 전문사 위탁 방식 운영으로 갖고 있던 불법 파견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사내 하청 근로자들의 파업과 제소 등의 문제를 차단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원의 판단도 이번 자회사 설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현대제철은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 이행을 위해 작년 9월 현대ITC(당진+순천)·현대ISC(인천)·현대IMC(포항) 등 3개 자회사를 설립하고, 사내 협력 근로자 4500여명을 고용했다. 최근에는 포스코에 대해 대법원이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한 협력업체 직원들을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엠비전X. [현대모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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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포석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번 자회사 신설로 당장 사업구조에 변화는 없지만, 향후 일부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넘겨 지배구조 재편 등에 나설 수 있단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2.6%, 1.7%, 0,3%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현대모비스와 상대적으로 지분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하는 방안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차그룹은 실제 2018년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현대모비스 핵심인 모듈과 AS 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당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회사 신설 계획에 대해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 측면에서의 해석도 가능하다”며 “최근 이어지는 현대모비스의 현금출자와 현물출자는 과거와 다르게 지배구조 개편의 공식을 바꾸고 활용 가능한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이번 자회사 설립은 2018년 추진했던 모회사의 주요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사업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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