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퀼라 방문한 교황…점점 커지는 ‘조기 사임설’
2022-08-29 12:18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서 신도들이 모인 가운데 미사 집전을 앞두고 골똘히 상념에 빠진 표정을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L’Aquila)를 찾아 또 다시 조기 사임설이 불거졌다.

라퀼라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난 첼레스티노 5세(1215∼1296) 전 교황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첼레스티노 5세는 1294년 즉위 5개월 만에 사임해 ‘생존 중 퇴위’라는 첫 사례를 남겼다.

이후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 건강상 이유로 교황 직무를 내려놓으며 그 뒤를 따랐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사임 발표 4년 전인 2009년 라퀼라를 방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교황청이 지난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라퀼라 방문 계획을 발표했을 때 사임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 있는 192대 교황 첼레스티노5세가 묻힌 산타마리아디콜레마조 성당 앞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라퀼라 방문을 위해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해 100㎞를 이동했다.

교황은 도시 광장에서 수천 명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면서, 단테가 ‘신곡’에서 첼레스티노5세의 사임을 ‘대거부(The Great Refusal)’이라고 부르고 비난한 것을 언급하며, “권력을 포기함으로써 겸손의 힘을 보여줬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떤 권력의 논리도 첼레스티노 5세를 감금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첼레스티노 5세 무덤 앞에서 묵묵히 기도한 뒤 “세상의 눈으로는 겸손한 자들이 약하고 패배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직 그들만이 주님을 완전히 신뢰하고 신의 뜻을 알기 때문에 진정한 승리자”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 있는 192대 교황 첼레스티노5세가 묻힌 산타마리아디콜레마조 성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AFP]

85세의 고령인 교황은 건강이 악화했다. 이로 인해 조기 사임설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오른 쪽 무릎이 나빠져 최근 몇개월 새 휠체어와 지팡이를 자주 사용했다. 교황은 휠체어에 앉아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한 때는 교황이 암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교황은 지난 7월에는 “(사임의) 문은 열려있다. 일반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며 사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교황은 곧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을 일축했지만, 이번 라퀼라 방문은 사임설에 설득력을 더했다.

교황은 전날 새 추기경 20명을 대거 서임했다. 무덥고 휴가철인 8월에 추기경 서임식이 열린 것은 1807년 이후 처음이다.

일정대로라면 교황은 추기경 서임식 다음 날인 이날 라퀼라를 방문한 뒤 29∼30일 추기경 회의를 주재해 새 바티칸 헌장을 논의한다.

추기경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깜짝 사임 발표를 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교황 선출회의(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중 약 63%(132명 83명)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임명한 인물로 구성됐다.

다만, 새 교황을 선출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살짝 미치지 못한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에 새 추기경을 또 임명해 자신의 개혁을 이어나갈 후계 구도를 완전히 마련한 뒤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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