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과 알력’ 탓 한국계 이규성 칼라일 CEO 사임…“인생은 짧다”
2022-08-30 05:29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던 한국계 미국인 이규성(58) 씨.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던 한국계 미국인 이규성(58) 씨의 사임은 창업자들과의 알력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 씨가 지난 7일 돌연 사임한 배경을 보도했다.

빌 콘웨이와 대니얼 다니엘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1987년 공동으로 설립한 칼라일은 KKR, 블랙스톤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사모펀드다.

1990년대 들어 방산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칼라일은 조지 H.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를 영입하는 등 정·재계에 다양한 인맥으로도 유명하다.

대학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온 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이 씨는 매켄지와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를 거쳐 지난 2013년 칼라일에게 입사했다.

이 씨는 칼라일 입사 후 4년만인 지난 2017년 글렌 영킨과 함께 차기 공동 CEO로 내정됐다. 30년간 칼라일을 이끌어 온 창업자들의 결정이었다.

이후 이 씨는 영킨이 정계에 투신해 버지니아 주지사가 된 2020년부터 단독으로 CEO를 맡아왔다.

칼라일 안팎에서 이 씨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었다.

경쟁업체인 KKR이나 블랙스톤보다 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이 씨가 CEO 자리에 오른 뒤 칼라일의 자산은 3760억달러(약 507조원)로 93% 증가했다.

젊은 인재들의 기용과 여성과 유색인종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 정책으로 사내 평가도 좋았다.

이 때문에 칼라일 이사회는 올해 2월 이 씨에게 6000만달러(약 81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 씨도 CEO 재계약을 위해 5년에 3억달러(약 4050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제안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씨가 칼라일의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 사내 불만도 함께 커졌다.

현재 성과와 관련 없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보수를 챙기는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 씨에 대해 일부 경영진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일부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이 씨는 창업자인 루벤스타인이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이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루벤스타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먼저 신경을 쓰는 것이 불문율이 됐다는 것이다.

이 씨와 창업자들과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은 지난 6월이었다.

이 씨는 칼라일 간부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참석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과거 칼라일의 경영 행태와 사내 문화를 비판했다.

한때 업계 최고였던 칼라일이 보수적인 사내 문화로 뒤처지게 됐다는 발언도 했다.

창업자들은 2개월 후인 이달 초 화상회의를 통해 이 씨에게 칼라일의 경영과 투자전략 수립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창업자들의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이 씨는 “인생은 짧다”며 차라리 회사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씨는 올해 말까지가 임기였지만, 화상 회의 이틀 후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사임이었기 때문에 칼라일은 후임자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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