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5일 종가기준 5만7100원)로 떨어졌다. 6월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약 600만명이다. 국민주식이라 할만하다. 주가하락은 고환율·고금리 등 복합경제위기속에 반도체 업황 우려와 미중갈등이 주된 이유다. 특히 삼성의 핵심이자, 국내 1위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최근 10년 중 가장 심각한 수준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올해 연매출 300조원, 영업익 60조원 돌파가 예상되는데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의 내일이다. 주가는 미래를 먹고 산다. 성장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8·15때 복권됐다. 이후 계열사 직원들과의 스킨십도 넓히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직원들과 셀카도 찍는 등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도 자아낸다. 복권이후 자신감 있는 이 부회장의 행보가 가져온 효과라 할만하다. 필요조건은 갖춰졌다.
충분조건은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과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이다. 회장 승진은 등기이사 복귀와도 맞물린다. 책임경영을 위해서다. 이는 시기상의 문제일 뿐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을 제외한 SK(최태원 회장), 현대차(정의선 회장), LG(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은 모두 3세 경영을 시작했다.
복권이후 직원들과 만남의 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은 삼성SDS 본사 방문 모습. [삼성전자 제공]
내부적인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사실상 총수역할을 해왔다. 안팎에선 삼성이 이재용 회장 시대를 선언하고, 새로운 경영화두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그룹 컨트롤 타워의 부활이다. 과거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 등으로 불리며 그룹 인사와 전략을 맡아왔다. 삼성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미래전략실을 없앴다. 삼성과 정치권의 연결고리로 지목되면서 사라졌지만, 미래전략실 본연의 기능은 그룹 운영과 사업전략 수립 등이다.
연매출 400조원(올해 전망치) 규모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에서 이같은 조직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미래전략실 부활 이후 과거와 같은 모습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구시대적 정치권 행태가 여전한 이상 이는 기업의 조직 유무와 상관없이 상존하는 문제다. 물론 삼성도 과거 일은 철저히 반성하고 법적 근거와 투명성·효율성을 담보해 본연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 삼성을 둘러싼 여러 위기 속에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고, 삼성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을 수립, 실행에 집중해야 나가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 등도 중요한 과제다. 이재용 부회장은 4세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
사실 명칭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미래전략실이 부담스럽다면 현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면 된다. 본연의 기능을 살려, 삼성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이건희 회장 시절 출입기자로서 옆에서 지켜본 삼성의 가장 큰 장점은 회장이 한번 화두를 던지면 그룹 컨트롤 타워(당시 구조본)에서 실행 전략을 세우고 이를 계열사 전반에 확산시켜 속도감있게 전개해가는 일사불란함이었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해체이후 이런 분위기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은 듣기엔 좋지만 현실적으로 현상유지 경영이나 마찬가지다. 실적 유지가 중요한 전문경영인은 오너처럼 큰 리스크를 안고 도전적인 결단을 내리기엔 한계가 있다.
30년 전인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했다. 새로운 회장 시대를 열, 뉴 삼성의 모습은 어떨 지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재용의 뉴 삼성 밑그림을 하나하나 그려나갈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은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재용 시대를 맞아 삼성이 국민에게 던지는 첫 소식은 축 처진 국민들의 어깨가 한번 들썩일 빅이벤트가 됐으면 한다.
권남근 산업부장
happyd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