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 올해 딜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업의 투자금 유치, 오너의 경영권 매각 등 매물은 많았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으로 매도자와 매수자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커지면서 딜 성사 사례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2차전지 관련 매물들이 인수합병(M&A) 시장을 뜨겁게 달궜지만, 딜 성사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국내 2위 동박 제조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2차전지 장비업체 씨아이에스(CIS)가 대표적이다.
일진그룹은 일진머티리얼즈 투자 확대로 그룹 전반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게 됐다. 힘들게 키운 핵심 계열사임에 따라 매각 대상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의 지분 53.3%를 약 3조원에 판다는 계획이다.
매각 초반만 해도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4조원이 훌쩍 넘었으며, 허 사장의 지분가치(2조원 중반)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3조원도 가능해보였다. 다만 최근 시가총액이 2조원까지 떨어짐에 따라 사실상 유일한 인수후보인 롯데케미칼은 2조원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가격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가 딜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씨아이에스도 마찬가지다. 2020년 최대주주로 올라선 SBI인베스트먼트와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의 엑시트로 씨아이에스가 매물로 나오자 2차전지 관련 기대주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확실한 고객사를 보유한데다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딜 초반 다수의 원매자가 뛰어들었으나, 여전히 높은 몸값, 추가 자금 투입 등으로 아직까지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의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교육 인수도 양측의 가격 격차로 무산됐다. 매각 측은 주당 약 7~8만원대인 메가스터디교육의 주식을 주당 약 15만원으로 책정해 희망 가격을 제시했고 인수 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딜이 성사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의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추진도 결국 중단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가격 격차보다 직원 반발에 의한 무산이지만 매각 계획 철회로 플랜B를 가동하게 될 경우 밸류에이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앞서 미국계 PEF 운용사인 TPG와 칼라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이들이 각각 29%, 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엑시트 방안을 열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금을 유치함에 따라 그 이상으로 몸값을 받아야하는 것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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