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 KDB산업은행이 경쟁입찰인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본격화하면서 한화그룹 외 또 다른 인수후보자가 등장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과거 6조원에 이르던 몸값이 2조원까지 떨어진 점이 인수전의 판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을 찾기 위해 매각가격 눈높이를 ‘확’ 낮추자 한화라는 든든한 전략적투자자(SI)가 등장하며 시들했던 인수전에 다시 불이 지펴지는 분위기다.
먼저 한화와 맞손을 잡으려는 재무적투자자(FI)가 감지되고 있다.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조선업의 특성, 긴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악화된 재무건전성 등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때마다 FI의 이름을 찾긴 어려웠다.
그러나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등 특수선과 방산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충분하고 현대중공업 때와 달리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경영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FI들 또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다.
과거 중소형 조선사, 조선 기자재사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대표적이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각 계열사의 자금을 통해 약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때 PEF 운용사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메자닌 투자로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입장에서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수금융을 사용하기도 만만치 않음에 따라 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현명한 자금조달 계획이라는 분석이다.
한화 외 또 다른 SI의 등장도 기대해볼만 하다. 과거 6조원에 이르던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가 현재 2조원가량으로 떨어진 점이 매물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국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약 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매각 눈높이를 낮추기 어려웠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은체제에서 벗어나야한다고 판단, 가격보다는 성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인수전 참여 문턱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악화, 대우조선해양의 적자 확대 등으로 시가총액이 낮아진 것도 매수 타이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2조7000억원에 이른다. 한화가 인수하려는 지분(49.3%)의 가치는 약 1조3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한 2조원이라는 가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만해도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4만원을 찍기도 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검토했던 기업이라면 이번 인수전에도 한화처럼 재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사례로 대형 조선사의 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업의 후방산업인 철강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거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철강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 호황을 누리면서 철강사들은 현금을 두둑히 확보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사업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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