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인구감소의 여파가 국방 분야까지 엄습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합계출산율 ‘0.8’과 가파른 고령화는 국방 분야에서 우려를 넘어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추계상 오는 2040년께는 35만여명 안팎의 병력 유지가 힘겨울 전망이다.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국군 상비병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합쳐 50만여명 수준이다. 불과 2년 전 ‘2020 국방백서’ 때 55만5000여명에서 5만5000여명이 줄었다.
5년 전인 2018년 초 61만8000여명과 비교하면 12만여명이 급감한 것이다. 인구감소에 더해 군 복무기간마저 줄어든 탓이다.
반면 북한군 상비병력은 128만여명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첨단무기체계와 한미 연합전력을 고려하면 질적인 측면에서 남측이 북한에 비해 우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군보다 2.56배 많은 북한군 상비병력은 유사시 그 자체만으로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일단 50만명 수준의 국군 상비병력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향후 5년간 군사력 건설과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밝힌 ‘2023~2027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청년인구 급감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상비병력을 50만명으로 감축한 데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출산 여파가 군대까지 덮쳤다. 인구추계상 2040년엔 군 병력이 36만여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간부 규모를 2027년까지 상비병력의 40.5% 수준인 20만2000여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중·소령과 상·중사 등 중간간부를 현재 9만2000여명에서 9만9000여명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또 비전투 분야 군무원도 현재 4만5000여명에서 4만7000여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피라미드 형태의 간부정원 구조를 허리를 두껍게 하는 항아리형으로 재설계한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국방 분야의 인력 부족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병무청의 최근 5년간 현역(징·모집)병 입영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21년까지 20만명을 웃돌던 현역병은 지난해 18만6201명으로 줄었다.
바로 전년도인 2021년의 21만5754명과 비교해도 3만여명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50만명 수준의 상비병력을 유지하기로 한 2027년 이후의 상황은 한층 더 암울하다.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군에 입대하는 20세 남성인구는 오는 2025년까지 1차 급감하고, 다시 2035년부터 2차로 급감해 2040년에는 14만2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만 간부와 30만 장병의 18개월 군 의무복무라는 현재 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주민등록인구와 생존율을 반영해 분석한 병력수급 전망 그래프에서도 하향세가 뚜렷하다.
출산율 저위를 적용했을 경우 당장 올해부터 50만명 병력수급이 쉽지 않다. 특히 오는 2039년에는 39만3000여명으로 40만명 선이 무너지고, 2040년에는 36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감소에 따른 국방 분야의 불안이 보다 빠른 시점에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분석한 ‘2023~2040 20세 남성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2032년 25만1000여명인 20세 남성인구는 이듬해인 2033년 22만6000여명 선으로 줄어든다. 급기야 2037년 이후에는 2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다고 간부 규모를 무한정 늘릴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병역 의무복무와 함께 직업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는 자원도 동시에 줄고 있는 데다, 중간간부와 초급간부와의 역할 분담과 처우 문제 등 예상치 못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인구감소와 국방과 관련한 심각성에 비해 냄비 속 개구리라고 할 만큼 상대적으로 관심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간부 중심 인력구조 전환, 현역 판정률 상향, 여군과 민간인력 확대 등 기존 정책에 더해 모험적일 정도로 과감한 제도 변화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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