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16강 자축 기습사면 해프닝’ 여론 역풍에 사흘만에 전면철회
2023-03-31 18:48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승부 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들에 대한 사면 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임시이사회를 마치고 입장문을 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A매치를 앞두고 징계중인 축구인 100명 사면을 전격 발표를 해 거센 논란을 일으켰던 대한축구협회가 결국 3일만에 전면 철회했다.

축구협회는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건을 전면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이사회 직후 “이번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 축구 팬과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와 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앞서 축구협회는 28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승부조작 등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한 바 있다. 협회는 사면결정의 배경으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중한 논의도 없이 내린 사면 결정에 축구계는 물론 일반 국민의 여론이 거세게 반발했고,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 역시 “징계기록을 중도 삭제하는 규정이 없어 사면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승부조작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프로축구연맹도 “우리는 사면하지 않았고 사면할 계획도 없다”고 말해 축구협회는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을 내놓은 이후에도 비난이 가라앉지 않자 축구협회는 사흘 만에 이사회를 다시 열어 재심의에 나섰고, 결국 전면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정 회장은 "10년 이상 오랜 세월 그들(승부조작 가담자)이 충분히 반성했고, 죗값도 어느 정도는 치렀으니 이제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떠냐는 일부 축구인의 건의를 계속 받아왔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해당 선수들만 평생 징계 상태로 묶여있게 하기엔 이제 예방 시스템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히 하는 게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축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가 사면 철회만으로 일단락되어서는 안된다”며 “사면안을 제안하고 의결한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협회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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