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 샹들리에·6분에 한 번 무대 전환…최고의 장면과 좌석은? [오페라의 유령]
2023-04-03 22:11


1t(톤)에 달하는 샹들리에가 15m높이에서 툭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제공]

[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1t(톤)에 달하는 샹들리에가 15m높이에서 툭 떨어진다. 1~12열까지 앉은 관객들의 머리 위를 지나, 유연하고 빠르게 미끄러지는 초대형 샹들리에는 ‘오페라의 유령’을 증명하는 가장 상징적인 장치다. 서울의 대형 공연장에서도 구현이 쉽지 않았던 샹들리에는 가장 최근 지어진 부산의 뮤지컬 전용 극장을 통해 긴장감을 높였다. 백형근 드림씨어터 기술감독은 “2019년 내한 공연 당시의 샹들리에보다 더 정교하다. 게다가 설치 지점도 더 높아 아찔하게 추락한다”고 말했다.

거대한 샹들리에, 천사들의 조각상, 천장에서부터 떨어지는 2230m의 드레이프….19세기 프랑스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고스란히 옮겨온 ‘오페라의 유령’은 구현이 어려운 무대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부산에서 시작하는 이번 공연에선 1988년 마리아 비욘슨의 초연 디자인으로 제작된 비엔나 프로덕션 무대를 영국에서 공수해 왔다. 40피트 컨테이너 20대 분량의 세트를 120명의 국내외 스태프가 부산에 상주하며 8주에 걸쳐 무대로 완성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지하 호수 무대 [에스앤코 제공]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는 “드림씨어터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후 다른 극장으로 옮겨갈 때는 총 14일간 세트를 하나씩 반입해 무대를 세우고, 이후 7일에 걸쳐 세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무대 반입 과정은 꽤나 까다롭다. 영국에서 가져온 무대를 낱낱이 해체한 뒤 부산에서 다시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세트 전체를 분해 없이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허설 과정은 필수다. 설 대표는 “무대를 세팅한 이후 14일간의 리허설 기간을 통해 기술적 결함이 없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전용 공연장으로 설계된 드림씨어터는 비대한 무대 장치를 들어올릴 수 있는 배튼(Batten, 장막을 매단 무대장치 걸이대)이 85개나 있다. 임현철 드림써어터 운영기획팀장은 “공연장 천장에 달린 배턴으로 고속일 때는 550㎏, 저속일때는 750㎏의 무대를 들어올릴 수 있다”며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장막과 장치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가있다. 총 60개의 배턴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130분 동안 약 6분에 한 번씩 무대가 전환, 공연 중엔 총 22번의 장면 전환이 이뤄진다. 여기에 82회 오토메이션 큐(무대 장치 작동 등을 위한 신호)와 수동 무대 전환이 더해진다. 복잡다단한 무대인 만큼 라이브 공연 중엔 모든 스태프의 신경이 무대를 향한다. 개막 3일차였던 1일 공연에서도 라울과 크리스틴의 옥상신은 새까만 밤이 배경이나, 무대 한쪽에서 새하얀 조명이 잠시 켜졌다 꺼지는 돌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벨 에포크 시대의 치밀한 고증을 거쳐 제작한 ‘오페라의 유령’ 속 220벌의 의상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무대 장치이자 소품이다. 가면무도회 장면 속 어릿광대 의상은 약 100여 개의 천을 사용해 제작했다. [에스앤코 제공]

작품에선 관객들이 눈여겨 봐야할 무대도 많다. ‘오페라의 유령’ 세트 작업에 참여한 지영학 드림씨어터 기술감독은 ▶ 지하호수 장면 ▶가면무도회 무대를 꼽았다.

지 감독은 “유령과 크리스틴을 태운 나룻배가 등장하는 호수 장면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가면무도회(마스커레이드)’ 장면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화려함을 담당한다. 이 뮤지컬은 샹들리에, 조각상, 드레이프, 프로시니엄 무대와 계단 등 큼직한 장치를 제외하면 무대는 조명의 미학으로 빈 공간을 채운다. 41명의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220여 벌의 의상 디자인은 벨 에포크 시대의 치밀한 고증을 거쳐 제작됐다. 크리스틴 역의 배우들이 갈아입는 의상은 11벌에 달한다. 한국에서 선보일 무대를 위해 배우들은 수 차례 피팅을 진행했다.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는 “장식, 소재 하나, 하나가 섬세하고 아름다워 놀랐다”며 “소녀에서 고뇌하고 성장하는 변화가 의상을 바꿔 입을 때마다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마스커레이드 장면에서 만나는 어릿광대 의상은 약 100여 개의 천을 사용해 제작했다. 이 모든 의상이 무대를 빛내는 장치이자 소품으로 자리한다. ‘오페라의 유령’이 남긴 위대한 유산들이다.

지 감독은 “‘오페라의 유령’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공연인데 가면무도회 장면을 통해 통해 강렬한 의상 수십 벌을 만나게 된다”며 “이전 투어 버전과 비교해도 사이즈가 훠씬 커져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화려해진 무대를 만나는 시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뮤지컬의 경우 일반적으로 무대와 가까울수록 ‘명당’으로 꼽힌다. 하지만 드림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을 만나는 꿀좌석은 따로 있다. 생생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운이 좋으면 유령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좌석은 2층이다.

임현철 팀장은 “음향 디자이너가 포커스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공연장 구조상 음향이 가장 집중되는 곳은 2층 1, 2열이라 이 좌석에서 최고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1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유령은 예상 못한 위치에서 깜짝 등장한다. ‘오페라의 유령’ 주관사인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2층 객석은 무대 전체를 볼 수 있는 데다 무대 곳곳에서 출연하는 유령을 만날 수 있는 좌석이다”라며 “2층에 앉아있으면 유령과 눈이 마주치기도 하고, 유령의 생생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어 색다른 재미가 있다”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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