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 [사진=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최고 인기 스마트폰 14만원, 어쩐지 싸다 했더니…”
최근 서울 강서구의 한 ‘성지’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23’의 불법 보조금을 확대한다는 광고를 내걸었다. 해당 업체가 암암리에 공유한 가격표에 따르면 SKT와 KT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갤럭시 S23을 14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갤럭시 S23의 출시 가격은 115만5000원이다. 이통 통신 3사 10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공시지원금 50만원과 추가지원금 15%까지 합쳐도 58만원에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성지는 여기에 44만원의 불법 보조금을 추가로 얹어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고가 스마트폰을 ‘헐값’에 파는 대리점들이 버젓이 ‘성지’로 불리며 영업하는 등 불법 보조금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 경쟁적으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23’ [사진=박혜림 기자]
전국 각지의 성지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마트폰 최저가 구매 통로다. 이용자들은 매일 공유되는 시세표를 통해 스마트폰의 최저가를 확인해 성지를 찾는다. 오히려 “최신 스마트폰을 제값 주고 사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지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성지의 시세표에 따르면 이동 통신 3사에서 10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 간 유지하는 조건으로 갤럭시 S23 플러스(135만3000원)는 32~34만원, 갤럭시 S23 울트라(159만9000원)는 56~5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일부 업체는 “갤럭시 S23 4만원”이라는 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영업은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체제하에서 불법이다. 원칙적으로 단말기 구입 가격을 할인해 주는 지원금은 이동 통신 3사가 정하는 ‘공시지원금’과 유통·대리점이 주는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가 있다.
삼성 매장에 전시돼 있는 ‘갤럭시 S23’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를 초과해 지원금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판매점 30곳에 총 1억10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원금 한도를 무시한 불법 보조금이 횡행하자 단통법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단말기 가격의 15%로 제한돼 있는 현행 공시지원금을 30%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동 통신 3사가 단통법 시행 이후 소극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면서 과거보다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열린 통신 시장 경쟁 촉진방안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단통법이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오히려 비싸게 사도록 만들었다는 비판 여론이 있는 만큼, 단통법 개정을 통한 경쟁 촉진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며 “선택 약정 제도의 효과, 당초의 단통법 입법 취지 등을 다각도로 살펴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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