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전경 [LG화학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석유화학·정유 제품 수출 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미국향 수출을 늘리는 등 수출 구조 다변화에 힘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 구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이러한 영향이 장기화할 지 주목된다.
30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석유화학제품의 대중국 수출액은 42억6000만달러로 전년(57억7500만달러) 동기 대비 약 26% 감소했다.
최대 수출국 자리는 유지했지만,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7%에서 올해 1분기 35%로 줄었다. 불과 5~6년 전에 50% 이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중국 수출 비중이 15%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정유제품 수출에서도 중국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 대중국 정유제품 수출액은 10억4700만달러로 지난해(13억2600만달러)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수출액 국가 순위에서도 한때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분기 기준 4위까지 하락했다.
석유화학·정유 제품의 대중국 수출액이 감소한 이유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중국 경기 반등이 더딘데다 두 업종 주요 제품에 대한 자급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상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었다. 경기 회복 지연으로 중국 내 상품 재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입이 감소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석유화학 시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무역갈등과 같은 악재가 여전히 존재하는 건 불안요소”라고 했다.
또한 중국 의존도를 낮춘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 봉쇄 등 중국발 리스크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이 석유화학·정유 공장을 잇달아 증설해 자급률을 높이면서 한국 제품 수요는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계속된 악재로 국내 업체들은 수출 구조 다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OIL 울산 공장. [S-OIL 제공]
중국이 부진한 사이 다른 나라 수출액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석유화학제품 대미국 수출액은 10억52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10억600만달러)보다 4% 늘었다.
정유제품에서 대미국 수출액 증가폭은 더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대미국 수출액은 12억2400만달러로 전년(11억900만달러)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9.2%에서 10.3%로 커졌다. 국가별 수출액 순위에서는 지난해 6위에서 3위로 부상했다. 과거 중국이 차지했던 1위 자리는 호주가 대신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제품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10%를 넘었던 중국 경제 성장률이 최근 대폭 줄어들었다. 현재 성장률이 유지된다면 대중국 수출은 대폭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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