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눈치 보여도 중국은 필요해” K배터리의 ‘결단’ 통할까 [비즈360]
2023-05-01 16:49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각국의 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이 연일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 또한 ‘양강 딜레마’ 속에서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당장 중국 기업과 손을 잡지만 향후 미국의 제재 상황까지 감안하는 ‘투트랙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사진 위 바다에 인접한 지역이 LG화학과 화유코발트 합작법인의 공장 부지다. [LG화학 제공]

LG화학·SK온 등 중국과 맞손 “리스크 감수”…대응책도 고심

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기업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JV)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규정하는 해외우려단체(FEOC)에 포함될 경우 지분 조정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화학은 지난달 17일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재료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을 결합해 제조한다. 양극재 원재료 중 약 70%를 차지하는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 꼽힌다.

화유코발트는 자체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코발트 채굴 업체다. 포스코퓨처엠 등 한국 이차전지 소재 기업에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인 코발트 등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LG화학과 화유코발트의 합작법인 설립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 “미국이 오는 8월께 공개할 FEOC의 범위에 따라 (LG화학이) IRA 보조금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에 대해 LG화학 측은 “IRA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추진하는 것은 화유코발트가 원재료 확보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중국회사의 지분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FEOC가 규정된다면 필요시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리튬·코발트·망간 등 이차전지 핵심 광물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외면할 경우 주요 소재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LG화학 이외에도 SK온과 에코프로는 폐배터리 처리 업체인 중국 거린메이(GEM)와 손잡고 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포스코홀딩스는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인 HY클린메탈을 광양에 설립하기도 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중국 창저우 분리막 생산 공장 전경. [SKIET 제공]

거세지는 미국 압박…국내 업체들은 “현실적인 측면 고려 불가피”

반면 미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IRA 백서’에서 중국·러시아·이란 등을 FEOC로 지정했지만 구체적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FEOC로부터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오는 2024년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핵심 광물의 경우 2025년부터 제외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FEOC에 중국 기업을 상당수 포함할 경우 한중 합작법인까지 문제 삼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 회사 지분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식으로 FEOC가 규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가이드라인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고객사 요구 등 현실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세계 1,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대해서도 국내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공략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이차전지 분리막 생산기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9위인 중국 신왕다(Sunwoda)와 배터리 분리막 공급 등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IET가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을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대량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왕다의 전기차용 배터리 주요 고객사는 지리자동차·동펑자동차·상해자동차·볼보·폭스바겐 등이며, 이번 MOU를 통해 SKIET가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분석이다.

민관, 이차전지 차세대 기술 개발 속도…“탈중국 열쇠”

한편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함께 독자적인 기술개발도 ‘탈중국 전략’의 핵심축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0일 ‘제1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기술 초격차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고, 세계 최초 고체 배터리 상용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에 전해액 대신 고체를 사용하는 이차전지를 말한다. 기존 배터리보다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가 커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정부는 아울러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대상에 리튬메탈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유망한 이차전지를 포함할 예정이다. 민관은 향후 5년간 삼원계 전지, 리튬인산철(LFP) 전지, 전기저장장치(ESS) 등 신기술 개발에 35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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