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쇼핑몰 총기난사로 희생된 한국계 조규성·강신영씨 가족 [고펀드미 모금사이트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 총기 난사 사건으로 참변을 당한 한인교포 가족의 첫째 아들인 6살 아이가 숨진 엄마의 보호로 생존할 수 있었다는 목격담이 전해졌다.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지난 6일(현지시간) 사건 직후 현장을 찾아가 구조 작업을 도운 주민 스티븐 스페인호이어 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스페인호이어 씨는 "바닥에 쓰러져 숨진 여성의 몸을 돌렸을 때 어린 남자아이가 나왔다"며 엄마로 보이는 이 여성이 아이를 총격으로부터 보호해 아이가 살아남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던 아이에게 “괜찮니”하고 묻자, 아이는 “엄마가 다쳤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경찰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6일 오후 3시 36분쯤 댈러스 외곽 도시 앨런의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한 무장 괴한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8명이 숨졌고, 최소 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범인도 현장에서 사살됐다. 희생자 중에는 30대 한인 교포 부부와 이들의 3살 아들이 포함됐는데, 부부의 6살 아들은 어깨에 총상을 입었으나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 후 회복 중이다.

현지 교민들은 목격자 증언과 여러 정황을 토대로 숨진 한인 가족의 엄마가 6살 아들을 보호해 아이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일 미국의 모금·후원 사이트 '고펀드미'에 따르면 생존한 6살 아들은 사건 발생 나흘 전 6번째 생일을 맞았고, 가족은 이 아이의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기 위해 사건 당일 쇼핑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앨런의 쇼핑몰 앞에서 8일(현지시간) 한 여성과 아이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팻말에 글을 적고 있다. 지난 6일 무장 괴한이 이 쇼핑몰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8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 [연합]

한편 사건 당시 현장에 있다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는 한 한인 교민은 현지 지역 매체에 참사 당시 상황을 육성으로 전했다.

이 교민은 당일 오후 해당 쇼핑몰의 가방 매장에 있다가 총격이 시작되기 직전 한 매장 직원의 말을 듣고 창고에 숨어 총격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교민은 "가방을 고르고 나서 결제를 하려고 문 앞에 있는데 갑자기 매니저(직원)가 막 문을 잠그면서 '에브리바디, 고!'(Everybody, Go!) 하면서 창고로 들어가라고 했다"며 "그때만 해도 어디 끌려가나 싶었는데, 창고 문을 닫는 순간 총소리가 막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다다다다' 하는데, 그 총소리가 얼마나 가깝게 내 뒤에서 나는 것 같은지,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은, 그렇게 가깝게 들렸고 무서웠다. 매니저가 우리에게 서 있지 말고 다 땅으로 앉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매니저가 어떻게 봤는지, (범인이) 총을 갖고 내리니까 그걸 보고 숨으라고 한 것"이라며 "딱 1분도 못 돼서 (창고 안에) 앉은 순간에 총소리가 나더라"고 덧붙였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토요일인 데다 미국의 기념일인 '마더스 데이'(Mother's Day·어머니의 날)를 앞두고 선물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텍사스 댈러스 앨런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인 8일(현지시간) 쇼핑몰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

경찰은 총격범이 게시한 SNS 글 등을 통해 그가 혐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그는 러시아 SNS에 계정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곳엔 반유대 백인우월주의자인 닉 푸엔테스의 글 등 극단주의적 사상을 담은 온라인 포럼 글과 여성 혐오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지난 3월 테네시주 내슈빌 사립학교에서 초등생과 교직원 등 6명을 살해한 총격범을 칭송하는 글도 있었다.

SNS엔 범행을 저지르기 전 아웃렛을 범행 현장으로 선정하고 준비해온 정황도 발견됐다.

범행 수 주일 전 수십장의 아웃렛 사진이 게시됐고, 쇼핑몰과 주변의 구글 지도 스크린샷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