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하는 '유러피언 모차렐라 슬라이스 치즈' 제품. 포장지에 중국말과 함께 피사의 사탑, 베네치아 곤돌라 이미지를 그려넣었다. [토마소 라졸리니 페이스북]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중국의 한 식품회사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한 모차렐라 슬라이스 치즈 제품 포장지에 모차젤라 치즈 종주국 이탈리아의 명물 피사의 사탑과 베니치아 곤돌라 이미지를 써서 이탈리아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여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l) 소속 토마소 라졸리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란이 된 중국산 치즈 제품 사진을 올리고, “이탈리아 농식품의 우수성을 해치는 또 하나의 위조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제품 사진은 중국 업체 '가오푸 푸즈'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하는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란 이름의 치즈다. 겉포장지에는 영어로 'European Mozzarella Cheese'라는 제품명과 중국어 등이 혼용돼 적혀있는데, 한 가운데에 이탈리아 명물 '피사의 사탑'과 곤돌라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특히 곤돌라는 특히 베네치아 관광 명소인 리알토 다리와 대운하를 배경으로 하는 것처럼 묘사돼 있다.

라졸리니 의원은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는 기념물을 다소 의심스러운 모차렐라를 팔기 위해 사용했다"며 "베네토(Veneto·이탈리아 북부 지역에 위치한 미식으로 유명한 주)의 상징을 출처가 의심스러운 제품과 엮은 건 심각한 문제"라며 "이탈리아 농식품의 우수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는 낙농 제품을 훼손했는데, 다음에는 뭐가 되나?"며 "더이상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식품 업계도 발끈했다.

한 식품 전문가 협회는 앞서 문제의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가 원조를 모방한 "가짜"라고 규정하고 소비자가 이탈리아 제품과 구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문제의 치즈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에서도 발견됐으며, 심지어 이탈리아까지도 침투했다고 이 협회는 밝혔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 협회인 콜디레티에 따르면 세계에서 이탈리아 식품을 모방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00억 유로(174조 6000억원)로 증가했다.

콜디레티 관계자는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가 "정체성을 도용한 최악의 사례 중 하나"라면서 "이런 제품은 소비자를 혼동하게 만들고 원조 이탈리아 음식 시장을 훔쳐 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