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 도크의 모습. [현대삼호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글로벌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한 가운데 2분기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조선가지수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세계 해운업황을 반영하는 운임료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K-조선’의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업계와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기산)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68.09포인트를 기록하며 1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는 과거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지난 2008년 12월(177.97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신조선가지수는 새로 건조된 선박의 평균 가격을 나타내는 지표로, 최근의 급등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본격화한 데 따른 것이다. 17만t급 LNG운반선의 경우 1척당 건조가격이 2억5600만달러(약 3400억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4월 대비 14.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운임료의 상황은 정반대다. 해상운임료의 가중평균치를 계산해서 클락슨 측이 발표하는 가중평균 운임지수(Clarksea Index)는 이달 초 일평균 2만3510달러를 기록하며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작년 5월초에 4만3640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3% 급락한 것이다.
이같은 운임료 하락에는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각국의 생산·소비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선가와 운임료가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이례적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두 지표는 비슷한 방향을 가진다”면서 “지금처럼 엇박자가 난 것은 (2000년대 이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13개월 지속된 경우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당시는 2000년말부터 이어진 수주 호조로 수주잔고가 충분했고, 고유가 지속으로 해양플랜트 수주 비중이 전체 수주의 40% 이상을 차지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운임료가 꺾이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고스란히 조선업계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지금처럼 운임료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이상 신조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면서 “경기침체 상황이 지표로 확인되고 있고, 유럽선사들의 발주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뉴스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자인 중국 업체들이 수주 물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클락슨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85만CGT(표준선 환산톤수·80척)로 작년 동월 대비 62% 감소했다. 80척 가운데 한국이 13척(20%) 수주에 그치면서, 1위인 중국(62척·76%)에 크게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고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조선업체들의 구조조정 등이 어느 정도 끝난 점은 향후 실적 개선에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중고선가는 신조선가의 82% 수준이고, 중형 석유제품운반선의 중고선가도 92%에 달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높은 중고선가를 감안하면 현 신조선가가 비싸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업 장기 구조조정으로 조선사들 사이의 가격 경쟁 유인이 크지 않고, 최근의 대규모 선박 발주로 국내와 해외 조선사들이 이미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선업황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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