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인도받을 예정인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투시도 [머스크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HD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이 뛰어들었던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프로젝트를 중국 조선사가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가 LNG(액화천연가스)선에 이어 메탄올선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신규 메탄올선 8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중국 양지장조선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이번 프로젝트는 중대형급인 8000TEU 메탄올선 8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총 14억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
이는 HD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이 숏리스트(수주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며 수주를 적극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메탄올선 분야에서 국내 조선사가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HD현대의 경우 머스크와 총 19척의 메탄올선 건조계약을 진행할 정도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온 만큼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머스크는 중국 업체의 손을 잡았다.
업계는 중국 조선사의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한다. 기술력과 건조 경험, 노하우 면에서는 우리 조선업체가 앞섰지만 가격 면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측이 제시한 선가는 국내 업체보다 척당 100억원 가량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프로젝트로 보면 1000억원 가까이 가격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도 이미 3~4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을 낮춰면서까지 추가 물량을 따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 분야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가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우리로서는 가격을 적정선 이하로 낮출 만큼 물량 확보가 시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는 안정적인 수주 잔량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거 회사를 갉아먹은 제 살 깎기식 저가 출혈경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차원에서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도 선별 수주 방침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었음에도 우리 조선사는 양호한 수주 성적을 거뒀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대형 LNG 운반선 발주량의 90%를 따내는 등 고부가·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이미 연간 수주 목표의 60% 이상을 달성했다.
다만 중국 조선업계가 메탄올선 분야에서까지 영향력을 넓히면서 고부가·친환경 선박 시장에서의 우리 기업의 선도적 지위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중국은 벌크선, 컨테이너선 중심의 수주에서 나아가 LNG선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수주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적극적인 R&D(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기술력을 키워온 영향이다. 물론 한국 조선업체가 초과 수주로 물량을 선별적으로 받으면서 중국이 낙수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메탄올선 분야에선 현재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한 HD한국조선해양이 선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와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조선사는 전 세계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잔고의 54.2%를 점유하고 있다. 그중 52.4%는 HD한국조선해양, 1.8%는 HJ중공업이다.
머스크를 필두로 글로벌 주요 해운사가 메탄올선 운용을 속속 택하면서 관련 시장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스마트 기술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 등 전략적 대응을 통해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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