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재선축하 전화 바이든에 “F-16전투기 구매하고 싶다”
2023-05-30 11:12


지난 2012년 6월 27일 촬영된 사진에서 당시 총리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전투기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재집권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축하 전화를 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F-16 전투기 구매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며 취재진에게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오늘 에르도안과 통화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며 “그는 여전히 F-16 전투기에 대해 뭔가를 해결하고 싶어했는데, 나는 그에게 우리는 스웨덴에 대한 거래를 원하며 그 문제를 끝내자고 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2021년 10월부터 200억달러(약 26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F-16 전투기 도입을 추진해왔다. 미국 행정부는 판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튀르키예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찬성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튀르키예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해선 찬성하면서도, 스웨덴에 대해선 자국 안보 위협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옹호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는 그간 중동 및 유럽 안보 문제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까지 미국 및 서방과 종종 갈등을 겪으며 ‘나토의 이단아’로 불려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튀르키예가 F-16을 구매 절차를 서두르고 싶다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하라는 일종의 거래이자 압박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오는 7월 중순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성사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튀르키예 측은 이날 두 정상의 통화 사실을 확인하면서 스웨덴이나 F-16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양국 관계의 모든 측면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고, 이는 역내 및 글로벌 도전 속에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정도의 입장만 내놨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재선으로 2028년까지 추가로 5년간 집권하게 됐다.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당선되면 추가 5년 재임 가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도 집권할 수 있기에 사실상의 종신집권에 도전한 셈이다.

지난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깝게 과반에 미달한 49.52%의 득표율로 44.88%의 공화인민당(CHP)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따돌렸다. 결선투표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4%를 얻어 47.86%를 득표한 클르츠다로울루를 누르고 승리했다. 두 후보의 득표 차는 200만표 이상 차이가 났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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