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대한민국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 전대리 310번지가 고향인 판다 푸다오는 2020년 7월 20일생이다.
강철원 사육사가 임신판다 아이바오 곁에서 4개월을 24시간 교대근무하며 돌본 끝에 아기공주 판다 푸바오는 197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그리고 첫돌 때 40㎏으로 200배 폭풍성장한다. 세 살 생일을 한달여 앞둔 지금 엄마 보다 덩치가 커졌고, 몸무게는 100㎏을 막 넘겼다.
푸바오와 강철원. 돌 때의 모습
강철원 할아버지 팔짱 낀 손녀 푸바오
만4살이 되는 2024년, 푸바오는 아기를 낳기 위해 중국으로 가야한다.
친손녀 처럼 푸바오를 키우고 놀아주며 지혜롭게 성장시킨 강철원 사육사는 최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할부지 마음 속엔 늘 니가 있어”라고 고백한뒤, 푸바오가 말을 한다면 듣고 싶은 말에 대해서 “‘당신을 만난게 행운이었어요. 할부지 걱정마. 나 가서 잘 할거야’ 뭐 이런 느낌..”이라고 말하다가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섰다.
▶사람이 꾼 판다 태몽= 뱃속에서부터, 만 세 살이 될 때까지 지나온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의 모든 세월과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쳤을 것이다.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 아빠인 러바오와 정을 한창 키운 어느날, 강 사육사의 부인이 “어젯밤 솜털이 내 품에 가득 안기는 꿈을 꿨어요. 여보 이건 태몽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강사육사는 현장에서 판다들을 돌보았지만, 남편을 바라보던 강사육사의 부인 역시 늘 판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태어날 손주의 태몽을 꾸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과연 아이바오는 임신을 했고, 강 사육사를 포함해 에버랜드 전문가들이 펜스 옆에 침낭을 붙여 24시간 생활을 4개월 간 이어갔다.
모녀의 행복한 한때
▶칭찬은 판다를 춤 추게 한다= 그리고 뱃속 아기의 건강상황을 손으로 확인하고 아이바오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끝에 푸바오가 탄생한다.
늘 함께 놀아주는 강사육사는 푸바오의 찐 할배가 된다. 나무타기 등을 가르쳐 주고, “아이 잘했다”라며 칭찬도 해주었다. 푸바오는 강 사육사의 다리잡고 매달리기를 하면서 이른바 ‘껌딱지’ 같은 찐 손녀의 모습을 보였다.
할아버지 강철원은 대나무통 장난감도 제작해주고, 뱀부 스파도 특별히 만들어주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행여 자기를 두고 어디갈까봐, 딴 짓을 하면서도 한 손을 할아버지 어깨에 늘 올려둔 모습에서도 깊은 정이 느껴졌다.
▶정을 숨겨야 하는 고통= 지리산 반달곰 의신마을에서 처럼 곰이 곰답게 살아가도록 이별하고 정을 숨기는 것은 보호자들의 가장 큰 고통이지만 감내해야 한다.
강철원은 이별이 예고된 상황에서 ‘아기 판다 푸바오’라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썼다.
책은 든 강철원 사육사
“한 생명체의 탄생을 맞이하고 자라는, 매순간을 함께 하면서,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자연에서 오는 존재의 특별함과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어디에 있든 지금처럼 밝게 살아가기를...엄마 아이바오 처럼 좋은 엄마 판다가 되기를...푸바오 사랑해.”
그리고는 “너는 영원한 나의 아기판다야. 늘 할부지는 너의 편이고 널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고, “당신을 만난게 행운이었어요. 할부지 걱정하지마 나 가서 잘할거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100㎏을 넘긴 푸바오의 최근 모습
▶중국인들 “거기 살아. 신랑 보내주자”= 최근 미국에서 키우던 야야와 일본에서 자란 샹샹이 중국에 반환됐다. 머지 않아 푸바오도 중국에 갈 상황인데, 강철원-푸바오 조손의 애틋한 모습을 보고 있던 중국네티즌들이 미국-일본의 반환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강철원 사육사님은 진짜 할아버지가 손녀를 보는 느낌이야. 소중한 가족을 떨어뜨리는 것은 옳지 않다. 중국에 온다해도 강철원님 만큼 건강하게 키워내지 못할 것이다. 제발 거기 그냥 있어라.”
“일본 (샹샹이 오던 상황)과는 느낌이 다르다. 푸바오가 중국 와서 한국 처럼 행복할지 의문이다. 차라리 중국에서 한국으로 푸바오 짝을 보내자.”
“멸종 위기종 보호는 (중국) 한 나라에만 두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니, 에버랜드 같은 좋은 환경에 보내져야 한다. 강철원 사육사님과 푸바오가 헤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중국에 오면 번식을 강요할 것이다. 제발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게 냅둬라. 중국에서 푸바오의 신랑감을 보내라. 둘이 영원히 행복하도록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푸바오의 나무타기는 나무잡는 법, 몸 균형 잡는 법, 난이도가 높은 내려오는 법 등을 강철원 할아버지 한테 배웠다.
▶‘푸프린세스’가 한국에서 받은 사랑= 중국 네티즌들 중 어쩔수 없는 귀환이라는 극소수 의견은 있었지만, 당연히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고, 거의 대부분 강철원-푸바오 조손의 이별을 반대했다.
푸프린세스, 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 여러 한국 애칭을 가진 푸바오가 남은 시간 한국에서 혼기가 꽉 찬, 건강한 판다로 성숙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1년 뒤 이별 소식이 전해진 5월 마지막 주(평일5일 포함), 푸바오를 보기 위한 에버랜드 판다시설 평균 방문객은 5월초 연휴보다 오히려 20%나 많았다. 이런 푸바오 열풍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아직 푸바오의 중국 귀환날은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으나, 내년 이맘 때로 예상된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