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A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러시아로부터 전술핵을 들여오기 시작한 벨라루스가 자국 군사 독트린에서 ‘비핵국 지위’ 문구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벨라루스군 고위 인사가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벨라루스 총참모부 정훈국 부국장 안드레이 보고델 대령은 최근 “비우호적 국가와 관련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제공할 새로운 군사 독트린의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군사 독트린에서) 목표를 올바르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고, 누가 우리에 반대하고 있으며, 외부 공격을 저지할 때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서 도입하는 전술핵무기를 활용해 서방과 친서방 세력의 공격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핵국 지위를 폐기하는 군사 독트린 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는 1991년 소련 붕괴 후 자국에 배치돼 있던 핵무기들을 1996년까지 러시아로 이전하고 비핵국 지위를 선포했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러시아 측을 간접 지원하는 벨라루스는 최근 러시아 전술핵 도입 과정을 수시로 언급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폴란드 등의 외부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이 핵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 전술핵무기를 들여오기 시작했다면서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3월 러시아 전술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에 합의한 뒤 관련 준비를 해 왔다.
루카셴코는 “핵무기 사용 이유는 벨라루스에 대한 (외부)공격 한 가지뿐”이라면서 “누군가가 핵무기를 가진 나라와 전쟁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억제 무기다”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6일 전술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 개시에 관한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하면서 “올 연말까지 핵무기 이전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외국에 배치되는 건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진행한 해외 배치 핵무기의 자국 내 이전이 완료된 1996년 이후 2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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