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유동현 기자] 4일 발표된 검사장급 인사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신임했던 간부들이 검찰 내 요직으로 분류되는 자리에 전진 배치됐다. 2년 임기 반환점을 맞는 이원석 검찰총장 체제 후반기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수사를 이어가면서 내년 4월 총선 이후 정치권 수사까지 염두에 둔 인사란 분석이 나온다.
5일 법무부에 따르면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에 해당하는 대검검사급 인사에 따라 전보·승진하면서 자리를 옮기는 검사들은 오는 7일부터 새 근무지 업무를 담당한다.
한 전직 검찰 고위간부는 “검사장 인사는 대통령의 의중이 당연히 담기지만 이번 인사의 경우 누구보다 검찰을 잘 아는 윤 대통령이 검사로 일할 때 신임했던 간부들 위주로 주요 보직에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서울남부지검장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에서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에 발탁된 검사는 김유철(사법연수원 29기) 대검 공공수사부장이다. 대검에서 일선 검찰청의 선거·공안·노동사건을 지휘해온 김 검사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힌다. 서울남부지검은 대형 금융범죄를 중점적으로 수사하는 곳으로 주로 소개되지만 국회를 관할하는 검찰청이기도 해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사건 수사 비중도 높다.
김 검사장은 특히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검사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지냈다. 수사정보정책관은 흔히 총장의 ‘눈과 귀’로 불린다. 2020년 초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취임한 직후 이른바 ‘윤석열 라인’에 대한 대대적 칼바람 인사가 예고됐을 때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대검 중간간부들을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는데, 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일선 검찰청의 선거 사건 수사를 지휘하게 될 박기동(30기) 신임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박 신임 공공수사부장은 지난해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 근무를 하기도 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과의 거리나 선거사건 등 공안수사 전문성을 볼 때 핵심을 남부지검장과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앉히겠다는 의지가 담긴 걸로 보인다”며 “총선 전 선거법 위반 사건은 물론이고 총선 이후 선거수사도 염두에 둔 듯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선 검찰청의 반부패 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부장과 주요 현안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검사장 인사도 이번 인사의 ‘핵심 포인트’로 꼽힌다. 대검 반부패부장에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주요 금융범죄 사건을 지휘하던 양석조(29기) 검사장이 기용됐다. 이 대표 관련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신봉수(29기) 검사장이 맡는다. 그러면서 대장동 잔여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에는 송경호(29기) 현 검사장을 유임했다.
또 다른 전직 검찰 간부는 “세 사람 모두 윤 대통령이 신임하는 특수통”이라며 “특수수사로 일가견이 있는 검사들이 자리를 바꾸거나 유임되면서 현안 수사를 담당하게 됐는데, 이 대표 사건 등에 대한 수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하는 대검 감찰부장을 제외하고, 이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참모진은 모두 새 인물로 바뀌었다. 1년 가까이 공석이던 대검 차장(고검장급)에는 심우정(26기) 인천지검장이 기용됐는데 이례적으로 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검사가 대검 차장을 맡게 됐다.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들은 양석조 신임 반부패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임 검사장들이 발탁됐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고발사주 의혹’ 사건 피고인 신분인 손준성(29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발탁하면서 검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을 두고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검찰 내에서 능력으로 인정받는 검사들이 주로 발탁된 것은 대체로 맞지만 대통령과의 근무연이 강조되거나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요직 발령을 받았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한 전직 검사는 “능력을 고려한 인사란 점은 수긍이 가지만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만간 단행될 중간간부 인사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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