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하자 마자 3쇄.. 하루키 신드롬 시작됐다
2023-09-07 09:34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 6일 6년 만에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출간했다. 사진은 하루키 신작을 진열한 서울 시내 한 서점. [문학동네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세계적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신작을 출간하자 마자 3쇄에 돌입하는 등 반응이 뜨겁자 오랜만에 ‘하루키 신드롬’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출판업계 등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지난 6일 전국 서점에 출간됐다.

이 소설은 하루키가 6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으로,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교보문고와 알라딘,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후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전국 서점에서 주문이 쇄도하다 보니 예약 기간 중 중쇄를 결정했고, 지난 4일에는 3쇄 제작에 돌입했다.

출판사 문학동네 관계자는 “전작 '기사단장 죽이기 1'의 동일 기간 예약 판매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루키의 이번 신작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풋풋하고 참신했던 30대의 하루키 사상을 70대의 노련한 하루키의 표현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하루키가 등단한 지 1년 가량 된 지난 1980년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한 중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토대로 쓰인 작품이다. 이 중편은 하루키가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하지 않은 작품이다. 당시 하루키는 이 작품을 쓸 때 소설 집필과 함께 도쿄에서 재즈 카페를 함께 운영해 글 쓰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루키 자신도 글 솜씨에 자신이 없던 시절이었다.

하루키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 40여년 간 묻어둔 미완성 작품을 다시 꺼냈고, 3년 간의 집필 과정 끝에 끝에 총 3부로 구성한 장편으로 마무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 6일 6년 만에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출간했다. 사진은 하루키 신작을 진열한 서울 시내 한 서점. [문학동네 제공]

이 작품은 30대의 남자 주인공이 10대 시절에 글쓰기라는 취미를 공유했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그가 말한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평행세계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성과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분리되는 그림자, 꿈 도서관, 비밀편지, 여름날의 첫사랑 등의 소재는 하루키 작품 세계의 총아를 보는 듯 하다.

하루키는 지난 4월 미국의 한 강연에서 “주인공은 벽에 둘러싸인 조용한 거리 속에 있어야 할지, 벽 밖으로 나와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할지 결단을 고민한다”며 자신도 이야기의 결론을 상당한 고민 끝에 썼다고 말했다.

변화와 혼돈의 1990년대를 보낸 당시 10~20대는 ‘청춘의 상징’이었던 하루키 작품은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이번 신간은 서툴지만 참신했던 30대 하루키의 글을 70대의 노련한 하루키가 발전시킨 작품이다 보니 지금은 40~50대가 된 그때의 청춘들에게 젊은 시절을 소환시키는 매개체로서 소구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여전히 불안과 꿈의 상실, 순수한 사랑을 열망하는 10~20대 청춘들에게도 하루키의 문학은 접점이 있다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70대의 하루키가 43년 만에 청년 하루키를 만나 자신의 세계관을 완성했다”며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90년대를 돌아볼 수 있다 보니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하루키의 신작은 지난 4월 일본에서 먼저 출간돼 40만부가 판매됐으며, 오리콘차트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일본 서적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 국내 서점가도 출간을 기념해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책의 발견'이란 전시 공간을, 영풍문고 종로점은 특별한 판매 공간을 조성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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