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버전’ 마마무 플러스 ‘댕댕’…“원곡 연습만 2~3주” [고승희의 리와인드]
2023-09-17 08:01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머리가 띵해, 댕댕댕댕, 자꾸 너 땜에 댕댕댕댕~”

유려한 현악 선율에 맞춰 마마무 플러스의 솔라와 문별의 청량한 음색이 더해졌다. 심벌즈와 타악으로 댄스음악의 비트를 더하고, 솔라와 문별의 음색을 돋보이게 하는 멜로디를 현악과 목관악기가 들려줬다. 관악기는 짧고 굵게 시원한 소리로 클래이맥스로의 질주를 알렸다. ‘댕댕댕댕’이라는 노랫말에서 으레 들려온 ‘떼창’은 터지지 않았고, 두 사람의 안무도 없었지만 마마무 플러스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만남은 잘 어울렸다. 청와대 헬기장에서 열린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9월 9일)에서였다.

마마무 플러스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댕댕’ 노래를 위해 정말 고생을 많이 해주셨다”며 “조금 낯설었지만, 너무 멋진 연주와 지휘를 해주셔서 저희가 좀 얹혀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가을의 문턱,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주말 저녁 청와대는 낭만과 설렘으로 가득 찼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부터 소리꾼 고영열, K-팝 스타 마마무 플러스까지 클래식, 국악, 가요 등 12곡이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관객과 만났다.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무대였다.

콘서트는 선우예권의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협연으로 시작됐다. 가을 저녁의 시원한 바람에 맞춰 관악 소리가 어우러지고, 청아하고 명징한 피아노 터치가 밤하늘과 어우러졌다.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에 출연한 선우예권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하모니스트 박종서의 구슬프고 애달픈 연주로 들려온 민요 ‘새야새야’는 하모니카라는 악기의 매력을 십분 보여준 무대였다. 하모니카에선 태평소와 대금을 오가는 국악기의 음색이 흘렀고, 그 위로 오보에를 비롯한 서양악기의 온화함이 어우러졌다. 때때로 하모니카가 오케스트라 속 하나의 악기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조화를 이룬 무대였다.

소리꾼 고영열과 고수 고석진은 ‘북’과 ‘아리랑’을 선곡했다. 시원시원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의 고영열, 4대의 북을 혼자만의 연주로 소화한 고석진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열일’의 아이콘이었다. 온갖 장르를 모두 섭렵했고, 가수와 피아니스트, 소리꾼, 하모니스트와의 협연은 물론 미디어아트와 레이저 쇼, 드론쇼와 함께 하는 단독 공연까지 더하며 80분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특히 K-팝 협연 무대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게도 첫 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청와대 콘서트의 많은 출연자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인기였다.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 따르면 단원들은 마마무 플러스의 ‘댕댕’ 연주를 위해 2~3주 동안 원곡의 개인 연습 시간을 가졌다. 편곡은 오케스트라 중심으로 이뤄졌다. 마마무 플러스 측의 “비트를 강하게 넣어달라”는 의견을 반영해 곡을 다듬었고, 지난 8월 말 완성된 오케스트라 버전 음원을 마마무 플러스와 공유하며 음악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가졌다.

김한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팀파니 수석은 “대중음악이나 재즈, 팝을 연주할 때는 악보를 따라가기 보다 음악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 사실 클래식 음악 연주자에겐 ‘즉흥’이라는 영역은 익숙하지 않지만, 드럼 악보대로 간다면 그 느낌이 잘 살지 않는다”며 “이번 무대에선 악보를 골격 삼아 원곡을 듣고 느낌을 살려 연주했다”고 말했다.

마마무는 다른 K-팝 그룹과 달리 보컬이 강조된 노래를 주로 들려주다 보니, 오케스트라 버전의 음악도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소속사 RBW 관계자는 “마마무의 경우 단독 콘서트를 통해 오케스트라 버전을 소화한 경험이 있지만, 마마무 플러스로는 악단과의 협업은 처음이었다”며 “특히 이번엔 접근방식이 달라 색다른 시도였다. 이전엔 마마무 곡이 주가 되고 그 위에 오케스트라 합주가 더해졌다면, 이번엔 오케스트라 편곡이 주가 돼 원곡과는 조금 달라진 버전으로 선보이게 됐다”는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이색적인 만남이었으나, 찰떡같이 잘 어우러졌다. 마마무 플러스의 ‘댕댕’이라는 곡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었다면 원곡 버전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것이라고 느껴질 만큼 잘 어우러졌다. 특히 K-팝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다가오는 이질감도 없었고, 가요의 기세에 눌려 오케스트라가 살아나지 않는 아쉬움도 없었다. 보컬과 악단의 연주, K-팝의 색깔까지 두루 살아났다는 점에서 두 팀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마마무 플러스 무대 못지 않게 인기를 끈 무대는 마지막 곡인 라벨의 ‘볼레로’였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드론쇼에 관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영상과 사진을 담아갔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미지는 가을밤의 선물이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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