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엔 지역구 말고 ‘강서’로…“5%p 내로 지면 수도권 희망” [이런정치]
2023-09-26 09:48


25일 강서구 방신시장을 찾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김성태 전 의원,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오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2주 앞두고 의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지도부는 당 소속 모든 의원들에게 추석 연휴에 세 번 이상 강서구를 방문한 뒤 강서구민들의 ‘요청사항’을 취합해 보고하고, SNS로 선거운동 할 것을 지시했다. 다만 지역구 의원 사이에선 “패배 책임을 분산하려 하냐”는 반발도 나온다.

26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은 전날 공문을 통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지침’을 내렸다.

공문에 따르면 의원들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상임위별 강서구내 유관기관 혹은 직능단체 방문 및 간담회 추진 ▷담당 지역을 방문해 오찬 혹은 만찬 실시 및 재래시장 방문(최소 3회 이상) ▷SNS를 통한 홍보 활동 전개 등을 수행해야 한다. 한 사람당 2주 간 최소 4번은 강서구 현장을 방문해야 하는 셈이다.

의원들은 이에 더해 개별적으로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 양식을 보면 의원들은 간담회나 오찬, 만찬의 주요 내용과 관련 사진을 첨부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어떤 요청사항을 들었는지, 이런 요청사항을 어떻게 지원할 예정인지까지 명기해야 한다.

총선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평가받는 만큼, 당 지도부가 총력전을 주문한 모양새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온다. 총선을 앞둔 마지막 추석에 3일에 한 번 꼴로 강서구를 방문해야 하고, 지역 민원까지 청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추석연휴는 지역구 행사가 많아 지역구 관리하기도 바쁜 시간”이라며 “당무감사를 앞두고 이런 지시를 내리는 것은 사실상 강제사항이나 다름없다. 내 지역구도 아닌 곳에서 민원을 청취하고 어떻게 지원해줄지까지 고민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총력전과 ‘보여주기’식은 다르다”며 “여론조사에서도 (이기기) 힘들다고 나오지 않냐. (패할 경우를 대비한) 책임 분산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강서지역이 험지이기 때문에 지더라도 최대한 ‘낮은 격차’로 지는 것을 목표로 두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저번에 김태우 후보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민주당 내 후보 교통정리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며 “현역의원이 없는 지역이라 선거 전망은 좋지 않지만, 보궐선거 특성 상 투표율이 저조하고 투표자 연령층이 높을 것이기 때문에, 5%p 이내로 지면 김기현 지도부 입장에서는 ‘수도권 선거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선거사무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한편 김 후보 측은 선거대책위원회에 수도권 의원들을 적극 영입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을 선대위 상임고문에 임명한 데 이어, 나경원 전 의원과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구)를 공동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

권 의원을 상임고문으로 앉힌 것은 ‘충청 민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김 후보의 경선 라이벌이었던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이 캠프 합류 막판에 김 후보 측과 갈등을 보이면서 ‘충청 조직표’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충청 출신으로, 충청 향우회와 가까워 조직표 몰이의 변수로 평가받는다.

충청도를 지역구로 둔 당 중진인 정진석, 정우택 의원을 명예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후보 측은 “권 의원은 스스로 ‘충청도의 아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충청도에 대한 애착이 깊다”며 “충청도 출신이 많은 강서구 표몰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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