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 사진관] '조금은 옅지만, 끊임없이 이어가고 싶다'
2023-10-06 14:44


정하린 씨가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임세준 기자] '조금은 옅지만,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싶다'

부산에서 기획자 겸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정하린 씨는 고창농악에 대해 '조금은 옅지만,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이야기 시작했다.


고창농악에 대해 '조금은 옅지만,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하린 씨.

“삶은 늘 너무 무겁고 진지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 자신이 가라앉지 않도록 적당히 가볍고, 또 행복한 마음을 이어가기 위해 농악을 연주하고 있어요.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것은 그만큼 많더라고요”

웃음기 가득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오히려 농악과 삶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고창농악을 시작한 계기가 친구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고창농악을 먼저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농악과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매력에 대해 지치지 않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졌죠. 친구가 마지막 무렵에 소고춤 영상을 보여줬는데 소름끼칠 정도로 멋있었어요”

아버지도 전통예술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어릴 적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랐다는 하린 씨. 그래서 농악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전에 배운 적 없는, 낯선 시간의 연속. 하지만 이내 많은 친구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꼈다는 하린 씨.

“사실 아버지가 전통예술 관련 일을 해서 다양한 판을 보면서 자라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는 풍물패에서 꽹과리를 연주하기도 했어요. 근데 고창농악을 배우며 연주하니 또 다른 세상이었어요. 처음 고창농악을 접한 그해 겨울, 전수를 위해 고창에 내려가며 저와 고창농악의 인연은 시작됐어요.”

하지만 하린 씨는 고창농악은 이전에 배운 적 없는, 낯선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많은 친구들과 연주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처음 시작하니 제가 그동안 배웠던 모든 것들과 비슷한 것은 거의 없었어요. 낯선 것을 배우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고 내려갔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배우며 많은 사람들과 지냈던 그 시간이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과 슬픔, 감동과 아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본업과 연주를 병행하는 요즘, 그래서 오히려 연주하는 시간이 더욱 즐겁고 소중하게 와닿아요"

지나간 시간과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하린 씨의 모습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래서 요즘은 본업과 연주를 병행하기에 농악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낀다고.

”제 직업의 특성 때문에 주말이 일정하지 않아요. 그래서 연주하는 시간이 더욱 즐겁고 소중하게 와닿아요. 그래서 가끔 뒤풀이 중 몇몇 사람이 모여 연주하는 취중판굿도 즐거워요 하하”


"사명감이라는 멋진 말보다는 그저 소중한 사람들과 연주하는 순간이 행복하기에 영원히 이어가고 싶어요."

전통과 계승에 관해 이야기하는 도중 그녀는 그런 것들은 부담스럽다며 손사래 치며 이야기했다.

“사명감이라는 멋진 말로 포장하는 것은 부끄러워요. 그저 소중한 사람들과 지금까지 굿을 연주했던 모든 과정과 시간이 행복했기에 앞으로도 쭉 이어가고 싶을 뿐이에요. 특별한 목적과 의미보다는 이런 것들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연주를 이어나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하린 씨는 고창농악이 본인의 삶에 의미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를 마쳤다.



j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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