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판다 관람관에서 푸바오가 죽순을 먹는 모습.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용인)=김지헌 기자] “푸바오가 똥을 싸요.(웃음)”(취재진)
“저희 말로 푸바오가 그런 행동을 하면 ‘고구마를 만든다’고 표현해요.”(‘송바오’가 별명인 송영관 에버랜드 사육사)
지난 6일 오후 수풀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판다 관람관. 비록 5분 남짓이었지만, 이곳에 머무른 취재진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에버랜드에서 운영하는 ‘비타민 캠프 ’과정의 일환으로 에버랜드 관람을 하던 중 마주하게 된 아기 판다 ‘푸바오’ 때문.
흙먼지 가득 품은 누런 털을 뒤집어쓴 푸바오는 어기적어기적 육중한 팔다리를 끌고 다니며, 취재진 보란 듯 관람관 내 사방팔방을 쏘다니며 연신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잠깐 죽순을 주걱주걱 씹어먹더니, 방사장 바닥으로 내려와 고구마를 만들 듯 갈색 변을 누고는 부끄러운 듯 다시 나무 구조물(데크)에 몸을 맡겼다.
이날은 운이 좋았는지, 푸바오의 아빠인 러바오가 소변을 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근육질 성인 남성 허벅지만 한 한쪽 다리를 든 러바오는 관람관 내 작은 개울가에 엉덩이를 쑥 내밀더니 다리 3개만으로 균형잡힌 자세를 뽐내며 물가에 오줌을 흘려보냈다.
이날 ‘푸바오 관람’을 포함해 취재진은 3시간 가량 비타민 캠프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비타민 캠프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지난 2014년 개발한 국내 최초 근로자 감정관리 전문 과정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에버랜드가 운영하며 쌓아 온 교육 노하우와 자연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근로자들의 마음 근육을 키우고 감정 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판다 관람관 모습. 김지헌 기자.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판다 관람관에서 푸바오의 아빠인 러바오가 소변을 누는 모습. 김지헌 기자.
비타민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에버랜드를 둘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연 속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참가자들은 해당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한 감정 진단 툴 ‘EMS’를 통해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진단 결과에 따른 맞춤 처방으로 스트레스의 원인과 해답을 찾아 본다. 이어 ‘공감-비움-채움-키움’ 4단계를 중심으로 한 1~2일 과정의 캠프 코스에 참여하게 된다.
먼저 ‘공감’ 과정에선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동료나 다른 참가자들과 공유하면서 나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이 직무상 힘든지 메모지에 적고 나와 직군이 겹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공감가는 얘기에 귀기울이면 된다.
호흡을 이용한 마음 안정화에도 나선다. 학계에 따르면 사람 감정은 그 사람의 근육 상태와 직결된다고 한다. 이 점에 착안해, 이엠(EM)-웨이브(WAVE)라는 기기를 동원해 마음의 평온을 찾는 훈련을 하는 것. 이 기기를 통해 참가자가 안정적인 호흡을 보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쉽게 통제하기 어려울 때, 감정 상태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신체의 상태에 집중해 호흡을 가다듬어 근육을 이완시키고, 종국적으로 마음의 평온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보고 진행하는 활동이다.
‘비움’ 과정을 통해서는 에버랜드에서 푸바오 보기, 롤러코스터 ‘티익스프레스’ 타기,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로스트밸리 방문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포레스트 캠프 등 자연 속에서 사진을 찍거나, 산책, 트레킹 등도 할 수 있다. 포레스트 캠프는 에버랜드가 반세기 가까이 가꿔 온 명품 숲으로, 34만여 그루 나무와 초화류가 사계절 최고의 자태를 뽐낸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내 포레스트 캠프를 취재진이 걷는 모습. 김지헌 기자.
가벼워진 마음을 호흡법과 스트레칭, 향기 테라피 등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움’의 시간을 갖고, 끝으로 반려식물이나 ‘포베어’라는 이름의 인형 등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지속, 강화해 나가는 ‘키움’ 방법을 익히게 된다.
9일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비타민 캠프를 서비스업 중심에서 모든 산업군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운영해 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근로자들의 번아웃, 불안, 우울증 등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마음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제조, 정보기술(IT), 금융 등 모든 산업군으로 대상을 확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햇수로 10년째를 맞은 비타민 캠프는 첫해 300여명을 시작으로 올해는 가장 많은 2000여명이 교육에 참여하며 누적으로 1만명의 수료자를 배출하게 됐다.
앞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1994년 에버랜드와 골프클럽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경험혁신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서비스 철학과 교육 체계를 정립해왔다. 경험혁신 아카데미는 개원 20주년을 맞은 2014년 서비스 현장 직원들의 마음 관리를 강화하고자 김명언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등 전문가들과 협력해 비타민 캠프를 개발했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비타민 캠프의 모습.[삼성물산 제공]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비타민 캠프에서 참가자들이 명상·요가를 모습.[삼성물산 제공]
한편, 코로나 이후 근로자들의 정신 건강 관리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미국 23.5%, 일본 17.4% 등 주요 OECD 조사대상국 38개국 중 최상위권으로 조사됐다.
이유리 삼성물산 경험혁신 아카데미 그룹장(심리학 박사)은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의 마음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전국민의 비타민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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