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대치동'서 25명 연쇄 극단선택…무슨 일?
2023-10-25 08:00


인도 라자스탄주 코타의 학원 광고에 학생들의 점수와 사진이 공개돼 있다. [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인도 최대 학원가인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 코타에서 올해 들어서만 10대 청소년 최소 25명이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당국이 대책 수립에 나섰다. 카스트라는 엄격한 신분 제도 하에서 교육을 통해 신분 사다리를 오르려는 열망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영국 BBC에 따르면, 코타는 대형 학원 12개와 작은 학원 50개 이상이 있는 인도 최대 규모의 학원가다. 인도 최고의 공대·의대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인, 한국으로 치자면 대치동과 같은 곳이다.

거리 곳곳에서는 명문학교 합격생 이름, 사진, 등수가 적힌 대형 학원 광고판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매년 전국에서 20만 명 넘는 학생들이 몰려들어, 호스텔이나 임대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하루 14시간씩 공부한다. 학원비는 연간 10만 루피(약 163만 원)로 웬만한 인도 서민이 1년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10년간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10대 학생 적어도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최소 25명이 극단 선택을 했다. 주로 저소득층 가정 출신으로 코타에 유학 와 혼자 생활 중이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유학 생활의 어려움, 부모의 높은 기대치, 또래에게 받는 압력, 치열한 경쟁을 하소연하고 있다.

시골에서 올라온 한 학생은 "부모님께 시험 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하곤 했다. 부모님의 돈을 낭비했고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불안감이 커지면서 두통과 흉통이 심해졌고, 시험에 두 번째로 떨어진 뒤 자살 충동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극단선택을 한 18세 학생 라지의 삼촌은 "우리는 라지를 압박하지 않았다.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라자스탄주 정부는 지난달 29일 14세 이하 학생에게 학원 입학을 권유하지 않고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을 추려내는 경찰팀을 꾸렸고, 학원 강사나 학생 숙소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받도록 했다.

다만 이는 비단 코타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도에서는 2021년 학생 1만3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보다 4.5%나 증가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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