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로 세운 하마스 기습계획…“땅굴서 유선전화로 연락”
2023-10-25 10:24


가자 메트로. 높이와 폭이 모두 2m 안팎으로 협소하며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이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가자지구 땅굴에 유선전화망을 깔아놓고 2년간 기습계획을 세웠다고 미국 CNN 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 문제를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소수의 하마스 지도부가 추적당할 위험이 있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디지털 통신을 차단한 채 유선전화와 대면회의 등 ‘구식’ 방첩 수단으로 작전계획을 숨겼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메트로’(Gaza metro)라고 부르는 하마스의 지하터널은 거대한 미로 형태로 돼 있다. 로켓과 탄약 등 각종 무기를 보관하고 하마스 대원들이 비밀리에 이동하는 데 쓰인다. 이스라엘군은 이곳에 하마스의 지휘통제 시설이 있다고 본다.

하마스는 2007년 가자지구가 봉쇄된 이후 15년 넘게 이 땅굴을 구축해왔다. 2021년에는 전체 길이가 500㎞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가 지난 23일 풀려난 이스라엘 여성 요체베드 리프시츠(85)는 “터널 안에서 젖은 땅을 수 킬로미터 걸었다”며 “거대한 터널이었다. 마치 거미줄 같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이전에도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유선통신 시설을 사용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올 여름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의 제닌을 공습할 당시 유선으로 연결된 비밀 통신과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하기 위한 CC(폐쇄회로)TV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합동 상황실’을 공습했고 이곳이 범행 전후 회합 장소이자 관측소, 무기·폭탄 저장소, 통신센터로 쓰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하마스 지도부는 지상에 있는 더 많은 무장대원이 임무를 준비하도록 기다렸고, 지상의 지휘관과 조직원들은 몇 개월에 걸쳐 훈련받고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작전 며칠 전에야 구체적인 계획을 통보받았다.

소식통은 이스라엘 측이 이같은 지상 훈련을 일부 관측했지만 경계태세를 끌어올리지는 않았다며 “그들이 항상 훈련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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