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로 말못하는 7살 목조르고 뺨 때린 언어강사…센터 황당 해명
2023-11-04 09:37


붉어진 B군의 뺨(좌), CCTV에 찍힌 A씨가 B군을 몰아세우는 장면.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경기 시흥시 소재 언어치료센터에서 장애 아동이 강사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아동학대 혐의로 30대 센터 강사 A씨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시흥시 한 언어치료센터에서 언어치료 수업을 담당한 A씨가 지난 8∼10월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은 B(7)군을 지속적으로 폭행했다.

B군은 일상적인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로, 지난 2년간은 해당 센터에서 별문제 없이 교육받아왔으나 담당 강사가 A씨로 바뀌고 나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고 부모는 전했다.

B군의 부모는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 얼굴에 손자국이 찍혀있고 뺨이 붉게 물들어 있거나 귀 뒤에서 긁힌 상처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애초 항의하는 B군 부모에게 "수업 중 시계에 긁혀서 자국이 난 것 같다"고 부인하다가 뒤늦게 '폭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C씨는 지난달 13일 시흥경찰서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을 통해 확인한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아들의 목을 조르거나 밀치는 등 폭행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얼굴을 발로 차는 등의 심한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업 시간 중 겁을 먹은 B군이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 A씨가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다 B군이 무언가 행동하려 하면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 측은 B군 부모의 CCTV 열람 요청에 "열 번을 돌려봤는데 폭행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다 경찰을 통해 확인한 CCTV에서 폭행 장면이 수 없이 포착되자, "그간 CCTV 열람 기능을 켜 본 적이 없었는데 어머니의 항의를 듣고 지목한 날짜의 시간대를 부랴부랴 찾아 다른 선생님들과 6명이서 함께 확인했다"며 "그런데 그 부분에는 폭행과 관련한 장면이 없어 어머니께도 그렇게 설명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 혐의가 드러난 후에는 즉각 해고했다고 덧붙였다.

센터 측은 "CCTV도 원래 사설 교육기관에는 설치 의무가 없는데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설치했다"며 "교사들을 대상으로 안전 예방교육도 정기적으로 하는 등 안전한 환경을 만들려고 계속 노력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임을 고려해 수사 주체를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청으로 이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영상 증거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입건해 처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etterj@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