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의 ‘레이저 40 울트라’(왼쪽)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 5’. [유튜브 ‘9to5Google’]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망한 줄 알았더니…이제 삼성까지 위협”
한때 휴대폰 시장에서 세계 1위로 군림하다가 사라지다시피 했던 모토로라가 올해 접는 스마트폰으로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전성기 시절 내놓은 자사 피처폰 디자인을 연상케하는 접는 폰으로 향수를 자극하며 삼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을 보면 모토로라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다. 스마트폰 시장 전반이 급격하게 위축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
1위 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의 출시가 전년 대비 늦어지면서 3분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2위 삼성전자는 -26%로 감소폭이 더 컸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2%로, 전년 3분기 24%보다 줄어들었다. 반면 3위 모토로라의 점유율은 10%로 올라서며 두 자릿수를 기록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혔다.
과거 미국 기업이었던 모토로라는 2005년작 초슬림 휴대폰 ‘핑크레이저’로 휴대폰 시장을 강타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애플 아이폰에 밀리면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구글에 팔렸다가 2014년 중국 IT기업 레노버로 매각되면서 국적을 바꾸고 재기를 노려왔다.
모토로라의 폴더블폰 신작 ‘레이저40 울트라’(왼쪽)와 과거 초슬림폰 ‘핑크레이저’(Pink RAZR).
올 6월 모토로라가 출시한 접는 폰 ‘레이저40 울트라’는 과거 전성기를 가져다준 ‘핑크레이저’를 떠올리게 해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처럼 위아래로 접는 구조인 데다 디자인도 상당 부분 유사해 대결구도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외부 커버 디스플레이를 전작보다 대폭 키운 것이 공통점이다. ‘갤럭시 Z플립 5’는 3.4인치, ‘레이저 40 울트라’는 3.6인치다. 펼쳤을 때 메인 디스플레이 크기는 각각 6.7 인치, 6.9인치다.
올 6월 모토로라가 출시한 접는 폰 ‘레이저40 울트라’. [유튜브 ‘CNET’]
무게는 ‘갤럭시 Z플립 5’가 187g, ‘레이저 40 울트라’가 188g으로 역시 비슷하다. 배터리 용량은 ‘갤럭시 Z플립5’가 3700mAh, ‘레이저 40 울트라’가 3800mAh다.
다만 내구성 면에서 모토로라가 삼성에 뒤진다는 이색 실험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폴란드 IT전문 유튜브 ‘Mrkeybrd’는 지난 8월 ‘갤럭시 Z플립5’와 ‘레이저 40 울트라’를 여러 번 접었다가 펴는 실험을 생중계했다.
그 결과 ‘레이저 40 울트라’는 12만6257번 접었다가 펼쳤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반면 ‘갤럭시 Z플립 5’는 40만1146번째에 화면에 줄이 생겼다.
모토로라가 10월 달 미국 시장에서 출시한 중저가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 2023’. [유튜브 ‘GSMArena Official’]
그러나 모토로라는 지난 달 미국 시장에서 80만원 대의 중저가 폴더블 스마트폰까지 새로 내놓으며 여전히 삼성전자와의 경쟁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보급형 접는 폰인 ‘레이저 2023’은 커버 디스플레이가 1.5인치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 4’(1.9인치)와 비슷하다.
모토로라 외에도 화웨이, 오포, 원플러스 등 중국산 폴더블폰이 계속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어 접는 폰의 원조 격인 삼성전자를 겨냥한 추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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